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세제 겸 농약으로 쓰이는 보락스(borax, 붕사)를 물이나 커피·스무디 등에 타서 마시는 이른바 ‘장기 설거지’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세제 겸 농약으로 쓰이는 보락스(borax, 붕사)를 먹는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몸속의 염증도 세제를 마시면 세척이 된다는 뜻일까요? 언뜻 보면
장기를 세척한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장기 설거지’ 틱톡 챌린지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돼 해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겁니다
새로운 틱톡 트렌드로 화제의 이슈가 되고 있는 보락스 틱톡 챌린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컬처 IN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진행자): 먼저 틱톡 챌린지란 어떤 것인지부터 간단히 짚어보죠.
유황정 PD: 틱톡(TikTok)은 손쉽게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이자, 만든 영상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어플로 z세대((1990년대 후반~ 2010년 초반 출생)와 밀레니얼 세대로 일컫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며 각종 ‘틱톡 챌린지’를 유행시키고 있습니다.
틱톡의 해시태그 챌린지는 틱톡의 대표적 마케팅으로 챌린지란 특정 주제의 영상이나 이미지를 SNS에 올려 인증하면, 그것을 본 다른 사용자가 같은 주제로 SNS에 인증을 이어가는 일종의 SNS식 놀이입니다.
진행자: 전 세계 소셜미디어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싸 어플로 통하는데, 틱톡은 ‘짧은 동영상’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잠재 수요를 잘 파고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죠.
유화정 PD: 틱톡은 15초~10분 길이의 짧은 비디오 영상을 제작·공유할 수 이른바 숏폼 동영상 플랫폼으로 2016년 출시 이후, 짧은 시간 안에 세계 최대의 영상 플랫폼 중 하나로 올라섰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발표한 2021년 전 세계 웹사이트 방문자 수 통계에서 구글을 밀어내고 틱톡이 1위를 차지했고, 2021년 7월 기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30억 건을 돌파했습니다.
틱톡 챌린지는 챌린지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친구들과 함께 하거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거나, 다른 사람을 웃게 하거나 창의성을 발휘하는 등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보락스를 물에 타 마시는 틱톡 챌린지 유행 Source: Getty / Getty Images/vitapix
진행자: 챌린지로 대표되는 것이 수년 전 전 세계 유명인들이 참여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인데, 얼음물이 든 버켓을 머리부터 뒤집어쓰는 릴레이식 캠페인이었어요.
유화정 PD: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2014년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대표적인 기부 챌린지입니다. 서서히 근육이 위축하는 ALS, 일명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으로 실제로 이 캠페인의 지원을 받은 새로운 루게릭병 치료제가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승인을 받아 화제가 됐습니다.
‘렐리브리오’란 이름의 이 신약은 루게릭병으로 파괴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를 보호해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등 기존에 승인된 두 가지 치료제보다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큰 효과를 보였는데요.
미국 ALS 협회는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을 위해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모금된 기부금 중 220만 달러 상당이 사용됐다”고 전하며 “유망한 치료법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긍정의 물결을 일으키는 좋은 챌린지가 있는가 하면 일부는 심각한 부상 위험을 포함한 유해한 행위를 호기심으로 이끄는 챌린지도 있어 문젠데, 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제 보락스를 물에 타 마시는 이른바 장기 설거지 틱톡 챌린지가 유행이 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미국 건강정보매체 헬스데이,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틱톡 보락스 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락스는 세제나 농약뿐 아니라 페인트에도 사용되는데요. 틱톡 등 숏폼챌린지 영상엔 보락스 한 꼬집을 물에 타 마시거나 스무디나 커피 등에 타 음료수처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들은 보락스에는 붕소(boron)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것으로 인해 염증 감소와 뼈 건강 개선, 관절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락스를 물이나 커피·스무디 등에 타서 마시는 TikTok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Source: Getty / Credit: Getty Images/Westend61
진행자: 잠깐 짚고 넘어가죠. 보락스 (Borax), 우리말로는 붕사인데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질이다 보니 종종 붕사와 베이킹 소다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요. 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화정 PD: 베이킹 소다와 붕사는 짠맛과 신맛을 지녔지만 냄새가 없는 흰색 가루의 자연 발생 염으로 여러 면에서 매우 유사합니다.
먼저 베이킹 소다는 케이크와 머핀을 부풀게 하고, 냉장고의 신선한 냄새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약간의 연마성이 있어 부드럽게 문질러 세척하는 데에 좋습니다.
붕사는 베이킹소다보다 훨씬 더 알칼리성으로 강한 세척제 역할을 합니다. 붕사는 주로 배수구 청소, 식기 세척기 청소, 카펫 탈취, 녹 얼룩 제거에 사용하거나 바퀴벌레 등 성가신 벌레와 잡초를 제거하는데 사용됩니다.
진행자: 붕사의 용도를 들어보니 흡입하거나 피부에 노출이 되어서도 안 될 것 같은데, 물에 타서 마시다니 이런 무분별한 도전 아닌가요?
유화정 PD: 붕사는 붕소와 산소 등의 화합물로 붕소만으로는 몸에 무해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붕사가 급성 독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화학물질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의료 전문가들은 몸의 통증이 있을 때 보락스를 먹는 것은 중세 시대에 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없을 당시 시행한 동종요법(homeopathy)과 유사해 보인다며, 즉 아픈 증상이 있으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독약을 소량만 써서 치료하는 방식인데, 이런 위험한 행위는 절대 유행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심지어 붕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음식이나 음료로 소비되도록 승인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요?
유화정 PD: 붕사는 붕소가 아닐뿐더러, 붕소 역시도 명확한 생물학적 효과나 기능이 확인되지 않아 인간에게 필요한 필수영양소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실제 보락스를 섭취하면 구토 안염 피부 발진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극단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Fact check: Borax Can Be Toxic
진행자: 틱톡 보락스 챌린저들이 주장하는 보락스를 타서 마셨을 경우 장기의 염증 감소와 뼈 건강 개선, 관절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라는 근거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낭설이라고 봐야 될까요?
유화정 PD: 1960년대 호주 출신 렉스 뉴햄(Rex E Newnham) 박사가 관절염, 낭창(결핵성 피부병) 등의 통증 완화에 보락스 성분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을 기반으로 챌린지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렉스 뉴햄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서 관절염이 발병했습니다. 약물은 도움이 되지 않자 자연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했고, 그러던 중 그 지역 식물들이 붕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 붕소가 칼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낸 뉴햄은 직접 자신의 몸에 시도했습니다. 하루에 붕사 30mg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3주 만에 모든 통증, 붓기, 경직이 사라졌습니다.
렉스 뉴햄은 보건과 의대 관계자들에게 이 놀라운 발견에 대해 말했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1960년대 University Western Australia를 통해 연구 논문이 처음 나왔을 때 이 사실은 덮어졌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덮어진 렉스 뉴햄 박사의 연구는 어떻게 세상에 알려졌고, 현재는 틱톡 보락스 챌린지로 젊은이들의 이슈가 됐을까 그것도 의문이네요.
유화정 PD: 렉스 뉴햄 박사의 붕사 용액은 여러 논란에도 당시 한 달에 10,000병을 판매할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1981년 호주 국립보건의료연구위원회가 (NHMRC)는 붕소와 그 화합물의 잠재적인 독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호주 내 붕사 용액 논란은 맺음 됐습니다.
당시 호주 국립보건의료연구위원회는 높은 수준의 붕소 노출로 인한 부작용의 증거가 있다고 밝히면서 화장품, 세척제, 살충제와 같은 특정 제품에서 붕사와 붕산의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뉴햄 박사의 연구가 다시 등장한 건 코로나 19의 발발과 맞물렸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모두가 불안한 시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무분별한 자연 요법들이 성행하면서 SNS를 급확산됐고, 실제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장기 설거지 챌린지라는 무모한 도전까지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 내지는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실제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위험한 도전을 부추기는 이들에게 질타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유튜브는 잘못된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에 대한 유튜브의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는 글을 공식 블로그에 올렸는데, 바로 보락스 챌린지와 같은 잘못된 의료정보를 확산하는 콘텐츠를 예방하겠다는 차원이죠. 이슈가 된 틱톡 보락스 챌린지 이모저모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