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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배제되고”… 호주의 인종차별 핫스폿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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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다문화 지역 사회에 인종차별 문제가 널리 퍼져 있다. 호주에서 인종 차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장소는 어디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 문제를 신고할까?

A man sits holding his hands and head bowed, with a bar chart in the background

Many people are reluctant to report racism in Australia. Source: SBS, Getty

KEY POINTS
  • 빅토리아주 연구 보고서: 응답자 중 76.2% 인종차별 경험
  • 응답자의 56.5%, 직장 관련 인종차별 경험
  • 아프리카 출신 91.1%, 인종차별 경험

특정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더 많은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있고, 특정 장소에서 이런 일이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발표된 빅토리아주 연구 보고서는 빅토리아주의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 인종차별이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76.2%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3분의 2가 지난 12개월 안에 한차례 이상 인종차별을 경험했으며, 4분의 1은 인종차별을 “자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인종차별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2.8%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703명을 대상으로 18개월에 걸쳐 진행됐으며, 인종 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15.5%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지역사회단체에 공식적으로 인종 차별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종차별 문제를 연구하는 마리오 퍼커 빅토리아 대학교 부교수는 우리 지역 사회 안에 인종차별을 수용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퍼커 교수는 “인종차별의 희생자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인종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반가워하지 않는다, 무시한다, 배제한다”는 느낌

지난해 실시된 조사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72.5%는 자신의 경험을 “환영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배제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57.3%는 “편향된 혹은 편견을 지닌 발언과 행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절반 이상이 차별과 불이익을 받았거나 부당한 대우, 인종차별적인 폭언이나 모욕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을 경험할 가능성이 가장 큰 장소는?

지난 12개월 동안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약 56.5%는 직장이나 일자리와 관련해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어서 쇼핑센터 혹은 상점(49.5%), 대중교통(37.8%)에서 인종차별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Bar chart showing areas of experienced racism in past 12 months

The top area where people experienced racism was in the workplace or while trying to find work. Source: SBS

Bar chart of areas of experienced racism in the past 12 months

Schools were also a location where people say they experienced racism. Source: SBS

퍼커 교수는 직장과 관련해 인종차별을 받게 되면 다른 많은 부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퍼커 교수는 “직업을 얻지 못하거나 자신이 지닌 자격 요건을 훨씬 밑도는 일을 할 경우 소득뿐만 아니라 인정과 소속감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며 노동 조건은 주거, 건강, 가정생활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응답자의 22%가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직원들로부터의 인종차별적 대우 역시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단 출신의 한 이슬람교도 남성은 “n-word” 말을 듣고 다른 아이들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4명이 감독관실 앞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신고를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아프리카 출신의 아이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남성은 “학교에 다른 규칙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지각을 하면 벌칙을 받지만 다른 아이들은 경고만 받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성은 교사들이 흑인 학생들에게 특정 과목을 수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생물학처럼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과목을 듣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들이 이 과목이 (흑인 아이들이 듣기에)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학교에서는 (12학년) 시험을 치지 말라고도 한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출신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사람 중 90% 이상이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는 조사 대상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81.2%를 기록한 인도나 스리랑카와 같은 남아시아 출신자였다.

Bar chart showing experiences of racism by ethno-cultural background

People of African background were most likely to have experienced racism in Australia. Source: SBS

중동 출신자의 경우 약 69.9%가 인종차별을 경험했고, 동남아시아(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출신의 경우 65.4%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종교적 편견이 인종차별에 포함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무슬림과 유대인 출신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무슬림 출신 응답자의 88.1%가 인종차별/ 이슬람 혐오증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유대인 응답자의 84.1%가 반유대주의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Bar chart showing experiences of racism by religious background

Those of Muslim and Jewish faiths were most likely to report experiencing racism, Islamophobia and antisemitism. Source: SBS

인종차별과 침묵 효과

퍼커 교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신고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보고를 할 경우 자칫 부정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겪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3.4%가 가족, 친구, 동료에게 인종 차별을 당한 것을 말했다고 답했지만, 21.1%는 아무에게도 인종 차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퍼커 교수는 “침묵 효과는 그들에게 진정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들이 축적되고 축적돼서 일종의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더 넓은 사회에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퍼커 교수는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느낌인지?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를 수 있다. 이는 인종 차별에 대한 침묵 효과의 음흉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이번 조사에서는 온라인 설문 조사와 27개 포커스 그룹의 인터뷰가 병행됐다.

연구원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신고할 경우 자신의 고용 문제와 거주지 지위는 물론, 심지어 사회적 수용에 미칠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까지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일부는 가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결과와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심을 지니고 있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중국 출신의 한 응답자는 “약간 힘든 대우라도 받아들이게 됐다”며 “학습 곡선의 일부이고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출신의 한 여성은 “나쁜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인종차별에 대해서 말해서도 안된다. 그들이 당신을 싫어할지도 모른다. 여기는 내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슬림 배경을 지닌 또 다른 여성은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을 신고하지 않는 이유

설문에 참여한 사람 중 90.6%는 신고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체념”했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10명 8명은 “너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과 “너무 어려운” 보고 과정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종차별을 신고하지 않는 또 다른 주요 이유로는 “부정적인 결과 가능성”이 손꼽혔다.

과거 빅토리아 주에서 인종차별을 한 사람 중 77.5%가 결과에 실망을 했으며, 70%는 신고 과정에서 괴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퍼커 교수는 인종 차별 신고 방식이 바뀌어야 하며,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7%가 직접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인종차별을 신고하는 것을 선호했고 56.3%는 온라인 신고를 원한다고 답했다.

인종 차별을 신고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이나 학교의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인종차별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빅토리아주 기회균등 및 인권 위원회(VEOHRC)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이곳에 인종차별을 신고한 경우 19.3%에 불과했다.

신고, 긍정적 영향 미칠 수 있어

전반적인 부정적 신고 경험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신고를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기승을 부릴 때 전문가들은 인종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보고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사건이 기록되도록 해야 하기 위해서(71.6%)”, “아무도 신고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70.4%)”이 가장 크게 나왔다.

보고서는 인종에 대한 소양을 강화하기 위해서 학교, 직장, 기타 공간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정기적인 훈련과 워크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빅토리아주 인종 차별 관련 지원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더욱 향상돼야 하고, 강력한 법적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