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에어컨 쌩쌩 틀면 2kg 더 찐다?…심부체온 낮으면 지방 축적
Summer air conditioning can potentially lead to body fat accumulation by lowering body temperature. Source: Getty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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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과도한 냉방기 사용으로 신체 내부 온도인 심부 체온(core temperature)이 낮아지면서 신진대사율이 저하하고 이로 인해 칼로리 소비 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1년 사이 체중이 2kg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EY POINTS
- 신체 내부온도인 심부체온이 1도 낮아지면 신진대사율 감소해 지방축적
- 냉방기 과도 사용 등으로 지난 50년 사이 현대인의 심부 체온 1도 떨어져
- 대부분의 공공장소 냉방 적정온도는 섭씨 22도로 70kg의 40세 남성 기준
여름은 맑은 날에도 비 오는 날에도 에어컨이 필수인 계절입니다. 호주에선 종종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에, 이번 여름에는 특히 비 오는 날이 많아 꿉꿉한 습기까지 느껴집니다.
이에 에어컨은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사용으로 신체 내부 온도인 ‘심부체온’이 떨어지면 체내 지방이 쉽게 축적돼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볼로냐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부체온이 낮아져 에너지 소비 능력이 감소하는 사람은 1년 동안 체중이 2kg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살면서 다이어트, 체중관리를 한 번이라도 고려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지 않을까 싶은데요. 과체중으로 인한 비만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질병이 된 지 오래죠.
유화정 PD: 과다한 에너지 섭취와 신체 활동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대인의 과체중 비만은 심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등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합니다. 따라서 만성질환의 예방과 신체적, 정신적 건강 유지를 위한 노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100세 시대에 진입하면서 건강하게 노화하고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다이어트는 더욱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갱년기 다이어트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갱년기에는 대사가 둔해지고 호르몬 수준의 변화로 인해 체중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최근 우리 몸의 심부체온과 체중이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끄는데, 자세한 내용에 앞서 먼저 심부체온이란 어떤 건지 알아보죠.
유화정 PD: 심부 체온은 우리 신체 내부 온도를 말합니다. 즉 몸의 중심부 체온을 의미하는 심부 체온은 35도에서 37. 5도가 정상입니다.
우리 몸은 평소에 36.5도 적정 체온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외부 기온이 올라가면 땀을 흘리고 외부 기온이 떨어지면 몸을 떨면서 몸의 체온을 유지하려 하는데, 이를 ‘항상성 유지’라고 합니다. 실제로 인간은 추운 환경에서도 비교적 일정한 심부 체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평균 체온은 50년 전보다 1도 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 변화와 기술 발전이 미치는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현대인들은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심부체온이 떨어지기 쉬운 데다 에어컨 등의 냉방기 과도 사용으로 인해 신체가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아졌습니다.
At The Maternity Of Saint Vincent De Paul Hospital, Lille, France. Monitoring Of The Temperature During The Washing Of The Newborn Baby. Credit: BSIP/Universal Images Group via Getty Images
진행자: 계절과 상관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현대의 생활환경이 오히려 심부체온 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거네요.
유화정 PD: 당연히 더워야 할 여름에 에어컨 등 냉방기를 통해 추운 환경을 만드는 것은 앞서의 ‘항상성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죠.
심부체온은 신체의 생리적인 조절 능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심부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신체의 생리적인 조절 능력을 저해하는데, 이렇게 되면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고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분비의 균형도 깨지게 됩니다.
반대로 심부체온이 1도 오르면 신진대사율이 높아져 칼로리를 더 많이 소모하게 되는데, 이때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키며 체온을 더 높이게 되는 것이죠. 칼로리를 태우고 체온이 상승하는 이러한 사이클이 인간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진행자: 과도한 냉방기 사용으로 심부체온이 낮아지면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이에 기인하는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연구팀은 낮은 심부체온은 일종의 생물학적 문제로 인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볼로냐대 연구팀이 ‘국제 시간생물학’(Chronobiology International)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부체온이 낮아 에너지를 소비하는 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년 사이 체중이 2kg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체온이 낮은 사람은 체온이 높은 사람보다 에너지 소비 능력이 감소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살이 찌게 된다는 겁니다.
진행자: 알맞은 온도 환경 조절이 체중 관리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네요.
유화정 PD: 같은 맥락에서 미국 빙엄턴 대학 케네스 맥레오드 교수는 국제 학술지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통해 서늘한 환경에서 장기간 살거나 일하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서늘한 환경이 체내 중심 온도인 심부 체온을 낮춰, 신진대사율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체온을 4도 증가시키면 일반인이 하루 동안 모든 육체 활동으로 소비할 수 있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맥레오드 교수는 대부분의 사무실 평균 온도인 21℃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너무 낮은 온도라며 특히 온종일 책상에 앉아있는 근로자는 더 춥게 느낄 수 있다면서 사무실 실내 온도를 22~27℃로 설정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Australian children of parents born abroad in poorer countries are more likely to be overweight or obese, compared to wealthier counterparts. Source: AAP
진행자: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심부 체온이 올라가면 신진대사율이 높아져 열량을 더 많이 소모하게 되면서 체내 지방 축적을 막게 되는 것이고, 반대로 과도한 냉방기 사용등 으로 심부 체온이 떨어지면 일 년 사이 2Kg까지도 찌울 수 있다는 것인데, 심부체온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어떤 습관이 필요할까요?
유화정 PD: 덥고 습한 날씨를 참지 못하고 여름철 내내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를 틀어 생활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면 에어컨 가동 중 적어도 2~3 시간에 한 번 정도는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온도의 변화에 따른 우리 신체조절 능력은 5℃ 내외로,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를 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아무리 덥더라도 찬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는 행위는 삼가고, 평소 따뜻한 혹은 미지근한 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고요. 특히 일상생활에서 냉방기에 노출된 경우 틈틈이 마셔주는 것이 좋습니다. 따뜻한 물은 섭취하면 체온이 높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에너지 소비에도 유리합니다.
진행자: 떨어진 심부체온을 단시간에 높이려면 땀 흘려 운동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유화정 PD: 떨어진 심부체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근력 운동과 이로 인한 근육량 증가가 중요한데, 운동은 당장 열을 일으켜 체온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체열을 생산해 주는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좋은 효과를 불러옵니다.
우리 몸에서 열을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은 근육으로, 우리 몸의 열 중 22% 정도가 근육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근육이 많아지면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근육량이 적은 사람보다 더 많은 지방을 연소하면서 열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특히 허벅지와 엉덩이 등 하체 근육량이 늘어나면 체온 상승효과가 더 높아지므로 전문가들은 근력운동을 강추합니다.
Men lifting kettleballs in a gym Source: AAP
진행자: 종종 집에서 더위를 참지 못하고 서늘할 정도로 에어컨을 트는 사람들이 많은데, 에어컨 온도를 놓고 전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주로 남성들이 냉방이 약해서 덥다고 온도를 낮추려고 하고 반대로 여성들은 냉기가 너무 세다고 성화를 대는데, 그런데 실제 남녀 간의 온도 취향이 다르다고 하죠?
유화정 PD: 그동안 사람이 성별에 따라 선호 온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왔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온도를 좋아하며 작은 온도변화에 더 민감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여성이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26.3도)가 남성(25.3도)보다 1도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남녀 성별에 따른 온도 차이는 동물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동물의 암컷과 수컷이 온도를 다르게 느끼는 것은 생식과정과 새끼 돌봄 때문에 두 성별의 열 감지 체계가 다르게 진화한 결과라고 과학자들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남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온도 차이가 단순한 ‘온도의 취향’을 넘어 업무 효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면서요. 여성들의 경우 따뜻한 온도에서 일할 때 업무 능률이 더 크게 오른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을 끈 바 있죠?
유화정 PD: 독일에서 이뤄진 이 연구는 500명의 남녀에게 언어, 수학, 인지능력 등 분야별 작업을 내준 뒤 실내 온도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수행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실험 대상자 중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환경에서 수학·언어 분야의 과제를 더 잘 수행했지만 남성들은 고전했습니다.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능률이 올랐던 건데요.
실제 대부분의 공공장소의 냉방 적정온도는 섭씨 22도로 체중 70kg의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과거 남성 중심적으로 만들어진 작업 환경에 여성들이 맞춰왔던 것이죠. 앞서 맥레오드 교수의 사무실 실내 온도를 22~27℃로 설정하는 제안이 받아들여지기는 아직 시기상조일 것 같고요. 사무실 온도를 제어할 수 없다면 개별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신경 써야겠습니다.
진행자: 여름 내내 달고 사는 에어컨 등 냉방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심부 체온이 떨어지면 신진 대사율이 감소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 매일 체크해야 할 것은 체중이 아니라 체온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