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금지법 48년…사라지지 않은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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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사회에서 인종차별적 언행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다문화주의 사회의 정신을 구현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가장 확고한 제도적 장치로 불려온 인종차별금지법이 제정 48년 주년을 맞았다.

호주사회에서 인종차별적 언행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다문화주의 사회의 정신을 구현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가장 확고한 제도적 장치로 불려온 인종차별금지법이 제정 48주년을 맞았다.

인종차별금지법은 지난 1975년 10월 31일 도입됐다. 호주의 개개인 모두에게 균등한 처우와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이 법안은 호주사회에서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척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여전히 먼 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인권운동가들은 학교나 직장에서 출신 배경 때문에, 심지어 피부 색깔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고 경고한다.

인종차별 피해자들을 위한 시민단체인 레이셜 저스티스 센터의 사라 이브라힘 소장 역시 같은 우려를 제기한다.

이브라힘 소장은 “간부직에 매우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을 때 한 상관은 ‘본인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아마도 시드니 서부지역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경험담을 전하며 “왜 나는 시드니 서부지역에서만 일을 할 수 있고, 고객들을 위해 어느곳에서든지 일할 수 없는 것인지 자괴감이 들었는데 분명 피부색깔 때문에 면접의 기회까지 상실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실제로 인종차별은 곳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1975년 10월 31일 호주의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진보정권으로 평가받는 고프 휘틀람의 노동당 정부는 인종적 편견 퇴치를 취지로하는 인종차별금지법을 도입했다.

인종적 배경과 무관하게 모든 호주인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던 것.

이 같은 인종차별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주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법안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고있을까?

호주인권위원장 겸 인종차별위원을 맡고 있는 로살린드 크라우처 석좌교수는 이 법안은 최우선적으로 구조적 인종차별을 퇴치하는 첫 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로살린드 크라우처 석좌교수는 “인종차별금지법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호주사회에서 다문화주의 구현의 제도적 기반이 된 차별금지법 하의 첫번째 관련법안으로, 이 법안에 근거해 호주인권위원회가 신설됐고 동시에, 호주 국민 개개인 모두가 인종이나 피부색깔, 국적, 조상, 소수민족 출신의 이유 등으로 이 사회에서 부당하게 차별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획기적 출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

1975년 도입된 인종차별금지법은 20년 후인 1995년 기존의 차별 대상 조항에 문화적 배경과 피부적 색깔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더욱 구체화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한 인종차별의 피해자는 1차적으로 호주인권위원회에 진정서나 민원을 제기해 복잡한 법적 대응에 앞서 인권위원회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로살린드 크라우처 교수는 호주인권위원회에 매년 1만5000여건의 민원이나 진정서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평균 2000여 건이 소속 중재위원회의 검토 및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살린드 크라우처 교수는 “중재위원들은 모두 자원봉사직이지만 나름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안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고 언급했다.

로살린드 크라우처 교수는 “첫 단계는 쌍방간의 화해지만, 화해를 강요하지는 않으며, 법적으로 구속하는 절차도 아니다”면서 “일부에서는 호주인권위원회가 사안을 질질끌기만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분명 이는 허튼소리에 불과하다”고 논박했다.

아무튼 직장이나 기관 내에서의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인종차별금지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피해 민원은 이어진다.

특히 직장 내 차별이나 취업 과정에서 인종차별 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모나쉬 대학교가 최근 2년 동안 실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간부직 채용절차에 있어 소수민족출신의 경우 영어 이름을 지닌 사람들 대비 고용주 측으로부터 전화 응답을 받은 사례는 57%나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간부직이 아닌 일반직의 경우 그 수치는 45%로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대표적이라고 경고한다.

호주다양성협의회의 2023 사회적 통합보고서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호주 첫 주민, 즉 원주민들에 대한 직장 내 차별이나 괴롭힘 사례는 9% 증가했다.

호주다양성협의회의 리사 아네스 위원장은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리사 아네스 위원장은 “UTS 대학 연구소와 함께 호주첫주민들의 경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가량이 직장에서 인종차별을 겪은 것으로 묘사했고, 여기에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욕설에서 여러 형태의 인종차별적 행위가 포함됐다”면서 “내가 원주민이다라고 소개하면 첫 반응은 늘 ‘어, 원주민처럼 보이지 않는데’라거나 대학 무임승차를 축하한다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리사 아네스 위원장은 이런 맥락에서 인종과 연계된 이슈에 있어 일반인들에 대한 계몽 교육이 배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리사 아네스 위원장은 “실제로 인종차별적 의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직장에서 인종적 이유로 특정인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은 매우 극단적 사례로, 분명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무의식적으로 자행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교육 및 계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