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 편도족이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선 한국 냉동 김밥이 2주 만에 100만 줄이 동이나는 K-푸드 돌풍이 일었다.
KEY POINTS
- 점심값 지출에 허리 휘는 직장인…런치플레이션 신조어 등장
- 식당대신 편의점 찾는 ‘편도(편의점 도시락)족’ 최애 메뉴 김밥
- 미 대형 마트서 한국 냉동 김밥 품절 대란…2주 만에 100만 줄
- 육류 수출 어려워 채식 전환…간편·비건 현지인 취향 사로잡아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런치플레이션’이란 단어 들어보셨나요?
점심인 ‘런치’와 물가상승 현상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로 물가가 오르면서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뜻합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외식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특히 점심을 밖에서 해결하는 오피스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런치플레이션’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 식당보다 편의점을 찾는 발길이 늘었고, 도시락·김밥 등 가성비 메뉴가 인기입니다. 최근 미국에선 한국 냉동 김밥이 대박을 내며 K푸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최근의 글로벌 경제 사회에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우려하는 뉴스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최근 플레이션을 합성한 각종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유화정 PD: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하면 소비자 물가 지수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물가가 많이 올랐네”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지금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치솟는 물가 상승세를 ‘왝플레이션’ 으로(whackflation)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왝플레이션이란 ‘후려치기’, ‘강타’를 의미하는 영단어 ‘왝(whack)’과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로, 최근 세계 곳곳에서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말합니다.
진행자: 물가 상승에 편승한 기업들의 얌체 상술을 빗댄 말도 등장했죠. ‘인색하게 굴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결합된 ‘스킴플레이션’으로 회자 됐는데요.
유화정 PD: 비슷한 의미로 줄어든다는 뜻의 ‘쉬링크(shrink)플레이션’으로 정의 되기도 하는데요. 가격을 소폭 올렸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용량과 크기를 슬그머니 줄여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이른바 패키지다운사이징이죠. 사실상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의 꼼수로 비난도 많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상황에 놓이게 된 주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인상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져온 것인데요. 이를 빗대어 ‘푸틴플레이션’이란 합성어도 나왔습니다.
M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인플레이션 신조어로는 ‘베케플레이션’이 있습니다. 베케플레이션은 영어 베이케이션(vacation)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로 코로나 19 이후 항공권, 숙박비, 여행비 등이 폭등한 것을 빗댄 말입니다.
최근 뉴욕 등 대도시 식당을 중심으로 종업원에게 자발적으로 주는 팁을 식비의 20~30%, 최고 45%까지 내도록 권하면서 탄생한 ‘팁플레이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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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고물가·고금리·고부채·고환율이 더해지는 소위 4고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가파른 고물가는 일상에서 절감이 되죠. 각종 식재료들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인플레이션이란 말도 나오는데요.
유화정 PD: 역대급 이상기후와 전쟁 등의 여파로 특히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먹거리 물가가 크게 치솟으면서 음식 용어에 ‘플레이션’을 붙인 각종 신조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12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슈거플레이션’입니다. 강수량 부족으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우유업계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데 ‘밀크플레이션’ 역시 예고된 상황입니다.
아울러 우유·고기·달걀 등 각종 단백질 식품의 물가 상승을 두고 ‘프로틴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습니다.
진행자: 직장인도 취약계층이잖습니까. 샐러리맨의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데, 점심 먹기가 두렵다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 나온 신조어 ‘런치플레이션’이 이를 입증하죠.
유화정 PD: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은 점심값이 부담스러운 직장인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 되겠는데요. 각종 식재료들이 오르면서 덩달아 올라버린 점심값을 의미합니다. 점심(lunch)과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런치플레이션은 올해 초 미국에서 등장했습니다.
미국 CNN은 위드 코로나로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복귀하면서 런치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반년 전까지 7~12달러였던 메뉴들이 지금은 15달러 이하를 찾기가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평균 외식비는 지난해 대비 7.2% 증가했습니다.
‘Lunchflation’: New trend affecting Aussies as prices increase
진행자: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 최근 BBC 방송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물가가 비싼 대한민국 서울,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지역의 상황을 집중 비교 분석했는데, 한국의 경우 식당 대신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죠.
유화정 PD: 한국은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를 기록했고, 식재료 원가지수는 145.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식당 주인들로서는 식재료 가격 상승에 최근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최근 500원~1000원씩 가격을 올린 음식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 끼 1만원이 훌쩍 넘는 점심값 탓에 4000∼5000원 하는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급증하는 이유인데요. 한 편의점이 올해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점심 시간대 간편 식품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메뉴는 김밥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굳이 발품을 파느니 사내 곳곳에서 끼리끼리 모인 ‘편도(편의점 도시락)족’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진행자: ‘편도족’도 등장했군요. 다문화 사회 호주 직장인들의 점심메뉴는 비교적 다양한데요. 그래도 역시 간단한 햄버거나 샌드위치, 샐러드 등이 주를 이루죠. 문제는 호주 내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급기야 호주 KFC가 햄버거에 양상추와 양배추를 섞어 쓰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유화정 PD: 호주는 주요 식량 수출국 중 하나지만,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채소·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과일과 채소 가격이 약 7% 올랐습니다.
호주는 최근 몇 년간 가뭄과 산불, 홍수 등 여러 이상기후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런 와중에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식재료 가격이 급증한 것입니다.
특히 오이, 토마토, 비트, 당근, 양상추 등 여러 가지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가게들은 최근 급격한 원가 상승으로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더 샌드위치 샵’의 오너 세레나 코스타스는 “이전에 양상추 한 박스를 호주 달러10달러에 구입했다면, 지금은 55달러를 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몇 달 사이에 양상추 가격이 5배 이상 오른 셈입니다.
진행자: 앞서 한국 내 편의점 도시락 중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메뉴는 김밥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했는데, 편의점도시락을 즐기는 일명 편도족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있나 봅니다. 최근 미국 내 한국 냉동 김밥 대란이 외신의 화젯거리로 들썩였는데요.
유화정 PD: 미국 대형마트에서 한국 김밥 오픈런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매장 오픈시간 전부터 미리 대기하다가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오픈런은 주로 명품 구매 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지난달 초 미국 초대형 할인점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서 판매를 시작한 한국 냉동 김밥 100만 줄이 단 2주만에 완판 됐습니다. 미국 전역 500여개 매장마다 사재기 오픈런까지 나온 것인데요. 급기야 10월까지 품절대란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미국서 2주만에 100만 줄 대박 터트린 한국 냉동 김밥 (트레이더 조 홈페이지) Credit: Trader Joe’s
진행자: 한국 문화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와 맞물려 한국 라면을 위시한 K푸드 열풍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닭가슴살을 한국 고추장으로 버무린 고추장 버거가 미국에서 개발돼 화제가 된 적도 있죠. 한국에서 제조된 김밥이 미국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데는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요?
유화정 PD: 한국 김밥의 미국 입성은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제품 선정에서부터 품질 인증 심사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느라 판매허가를 받는데만 꼬박 1년이 걸렸고, 현지 유통업체를 찾아 김밥을 홍보하고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다시 1년이 걸렸습니다.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유부 우엉 김밥’을 비롯한 냉동 김밥 10여 종에는 코리언 스시가 아닌 ‘Kimbap’이라는 상품명을 적고, 한국식 두부(유부)와 야채가 들어간 김 말이 등의 소개 문구를 넣었습니다.
업체는 미국에 육류를 수출하는 데 제약이 있어 소고기 대신 유부와 우엉을 넣은 김밥을 선보였는데,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선을 바꾸기로 한 선택이 전화 위복이 됐습니다. 육류를 뺀 ‘비건 김밥’이 되면서 건강을 위해 채식이나 ‘글루텐 프리(Gluten-Free)’ 음식을 찾는 미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 겁니다.
진행자: 영하 45도에서 급속 냉동해 맛과 원료 손상은 줄이고, 촉촉함도 살렸다고요.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유화정 PD: 가격은 3.99 미 달러(약 5,400원)로 미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일반 김밥(7~12달러) 가격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냉동 상태의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2분 10초간 돌리면 갓 만 김밥처럼 윤이 나고 찰집니다. 맛은 자극적이기보다 담백한 편으로, 양은 230g, 총칼로리는 368 Kcal입니다. 한 입 크기로 먹기 편하게 잘라 포장돼 있어 해동과 보관도 쉽습니다.
해당 업체는 10월 열리는 독일 식품 박람회에서 냉동 김밥을 선보여 유럽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데, 일부 유럽과 호주를 비롯한 오세아니아 등 해외 수출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최근 직장인 사이에 불고 있는 런치플레이션과 한국 냉동 김밥 돌풍 자세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