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IN : 호주도 팁 문화?… 요식업계 “지불 동의 요청” 확산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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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시간당 최저 임금이 현행 $21.38에서 7월 1일부로 시간당 $23.23로 인상되는 가운데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고객에게 팁을 주고 싶은지 묻는 지불 동의 요청 움직임이 확산 분위기다.

호주의 팁(TIP) 문화가 바뀌는 추세입니다. 팁은 좋은 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개념으로 직원에게 금전적인 선물을 주는 것이죠.

호주에서 팁을 주는 건 각 개인의 자율로 언제 누구에게 팁을 줘야 하는지는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혼란스럽다고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요식업체 근로자들에게 팁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음식 배달 앱을 중심으로 팁 요청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팁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호주의 팁 문화 비교해 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팁 문화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또 좋은 것인지 불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견 역시 분분한데요. 팁의 기원은 중세 후기라는 얘기가 있죠?

유화정 PD: 중세 후기 유럽을 지배했던 카스트 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로마 시대에 시작되었다는 설, 더 오래전에 존재했다는 설도 있지만 모두 다 입증하긴 어렵습니다.

일단 공통적인 건 계층이 나눠지고 난 후에 팁을 주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인데요. 귀족이 하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관습에서 비롯한 것으로, 어떤 설이든 팁의 기원은 팁을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아주 약간의 금전적 이득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진행자: 영어 표기 TIP이 팁을 올려놓는 접시 혹은 작은 항아리(jar)에 적혀 있던 “To Insure Promptitude”의 줄임말이라는 설도 있던데요?

유화정 PD: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팁을 주는 역사는 유럽의 커피 하우스에서 처음 생겼다고 전해집니다. 이 커피 하우스에는 ‘신속성 보장(To Insure Promptitude)’이라는 표지판이 있었고, 손님들은 빨리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이 표지판이 있는 항아리에 동전을 넣었습니다.

실제로 이 ‘팁’을 주는 사람들은 커피를 더 빨리 마실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신속한 특별 서비스를 받고 그 서비스 제공에 고맙다는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팁 문화가 형성됐습니다.

이 관행은 이후 유럽을 여행하던 부유층 미국인들에 의해 미국에 전해졌는데, 식당에서 유럽인들이 팁을 주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들의 높은 계급을 과시하기 위해 이 관행을 미국으로 가져왔다는 겁니다.

진행자: ‘팁의 나라’ ‘팁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최근 들어 팁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데, 이른바 ‘팁플레이션(Tipflation)’ 현상을 빚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미국의 팁 문화는 사회 전반에 깊숙이 퍼져있습니다. 이를테면 공항, 택시, 호텔, 각종 도우미, 이발소, 미용실, 배달 음식, 가이드 등 한마디로 타인으로부터 노동력과 서비스를 받게 되면 팁이라는 돈을 따로 얹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른데요.

최근까지만 해도 팁으로 지불하는 액수는 전체 액수의 15%~20%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15%는 이제 옛말이 되었고, COVID-19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모든 물가가 오르면서 팁도 이에 비례해 18%~25%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팁’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팁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진 겁니다.

진행자: 미국의 팁 문화가 보편화된 데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최저 임금과도 관련이 크다고 볼 수 있겠는데, 호주와 달리 시간당 최저임금이 주별로 다르다면서요?

유화정 PD: 호주의 근로자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현행 21달러 38센트에서 7월 1일부로 시간당 23.달러 23센트로 오르게 되는데요. 호주의 최저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에 해당합니다.

반면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팁을 받는 근로자’와 ‘팁을 받지 않는 근로자’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단 8개 주에서만 팁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고, 나머지 42개 주에선 팁을 받는 근로자에겐 더 적은 최저 임금을 줄 수 있게 명시하고 있는데요.

팁을 받지 않는 일반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은 시간당 미화 7달러 25센트 (10.70 호주 달러), 팁을 받는 근로자의 연방최저임금(Tipped Minimum Wage)은 그보다 훨씬 낮은 시간당 2달러 13센트 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팁 받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최소 5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AAP

Tip Source: AAP

진행자: 한마디로 고용주가 줄 임금 중 상당 부분을 손님들의 팁으로 메워왔다는 건데요. 최근 나타나는 ‘팁플레이션’ 현상에서 알 수 있듯 각종 비용이 뛰는 상황에서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는 점주 입장에서는 대신 직원들이 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겠죠?

유화정 PD: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스타벅스인데요. 지난해 9월 스타벅스가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팁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면서 신용카드 결제화면에서 ‘팁을 얼마 주겠냐’고 묻기 시작한 겁니다.

테이크아웃, 드라이브 쓰루, 패스트푸드 점에서까지 팁을 내야 하고 팁 자체를 계산할 때 아예 포함해 버려 소비자들이 노 팁이나 적은 퍼센티지 팁을 고르려면 찾기도 어려운 데다 일부러 애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일부 호텔에선 고객들이 쉽게 팁을 남길 수 있게 QR코드까지 도입했습니다.

진행자: 저희가 SBS 정착가이드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한데요. 팁 문화가 사실상 일반적이지 않은 호주에서 팁을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호주 현지인들도 의견이 분분하죠?  

유화정 PD: 많은 호주인들이 호주에서 팁을 준다는 것은 평범한 서비스를 넘어서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며 만약 그저 그런 평범한 서비스라면 뭔가를 더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상적인 서비스에 굳이 팁 문화를 장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입니다.

또 호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최저 임금이 월등히 높아 팁을 줘야 한다는 것에 의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입니다.

만약 좋은 서비스에 대해 팁으로 보상하길 결정했다면 얼마를 지불하는 것이 적당 할까에 대해서는 물론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지만 호주에서 좋은 서비스에 대한 표준 팁은 10%가 적당하다는 견해입니다.

진행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식업체나 서비스 업계를 지원해 주려는 시민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호주에서도 자발적인 팁 문화가 선을 보이기도 했는데, 역사적으로 팁 문화가 강하지 않았던 호주로서는 큰 변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팬데믹 이후 외식업체나 서비스 업계를 지원해 주려는 시민들의 열망이 커지며 이는 호주의 팁 문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각 레스토랑의 예약을 도와주는 웹사이트 오픈테이블의 가장 최근 조사에서 팬데믹과 봉쇄 이후 약 25%의 호주인들이 식사 후 기꺼이 팁을 낸다고 답했고 주로 30대 이하 젊은 층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절반은 식사 후 매우 기꺼이 팁을 내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오픈테이블스의 로빈 치앙 운영자는 외식 그리고 레스토랑 경영자와 앞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방식에 있어 호주인들의 정말 큰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