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전개발 찬방공방 가열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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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치권에서 원전 개발에 대한 찬반 공방이 재점화하고 있다. 피터 더튼 자유당 당수가 2023-24 연방예산안 대응 연설을 통해 원전 개발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고, 이에 노동당 정부는 즉각 ‘논외’라며 일축했지만 언론을 중심으로 원전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행자:  피터 더튼 자유당 당수가 이슈를 선점하는데는 성공했어요.  비록 노동당 지도부는 ‘논외’라고 선을 그었지만 원전 개발의 필요성을 적극 공감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요.  먼저 피터 더튼 당수의 주장부터 살펴보죠.

조은아 프로듀서: 네. 피터 더튼 연방 자유당 당수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전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책은 원자력 발전이다”라며 원전개발의 필요성을 공론화했습니다.

피터 더튼 당수는 그러나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당장 풀스케일 원전이 아니더라도 소형모듈원전(SMR)을 전력원의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명한 정부라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

더튼 당수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전 기술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은 전혀 없고 비용은 효율적이어서 석탄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동당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기후변화 정책은 호주를 잘못된 에너지 경로로 이끌고 있고 국민 경제를 힘들게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물론 크리스 보원 에너지부 장관은 즉각 “원전은 안된다”고 더튼 당수의 제안을 일축했잖습니까.

조은아 프로듀서: 그렇습니다. 크리스 보원 연방 에너지부 장관은 피터 더튼 자유당 당수의 ‘원전 개발 검토’ 제안을 “부적절한 발상”이라며 일축했습니다.

보원 에너지 장관은 “검토 대상 방안 자체가 아니다”라며 원전 개발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 자체를 원천봉쇄했습니다 .

그는 “원전에 대한 사회적 반감, 고비용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기존 방침대로 태양열과 풍력 개발에 더 큰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진행자: 피터 더튼 자유당 당수의 소형모듈원전(SMR) 방안에도 강력히 반대한 건데요.  원전 개발 방안은 ‘논외’라며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뭔가요?

조은아 프로듀서: 원자력에 극도로 반대하는 노동당 지지층의 입장과 더불어 크리스 보원 에너지 장관은 “원전은 가장 고비용이다”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

그는 “소형모듈원전 1기 건설에도 5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며 “고비용 대비 가성비나 안전성 모두에 있어 부적절하다”고 강변했습니다.

환경운동가들 역시 원전이 폐기물 처리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비용도 매우 많이 든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보원 장관의 이 같은 고비용론은 결국 호주가 원자력을 건설할 기술력이 없고, 이를 관리할 인적자원도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호주청정에너지재정공사 측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새로운 태양열, 풍력, 전력 저장 및 송신 프로젝트에 총 1200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원전 고비용론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헐리우드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이 최근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한 말이 떠오릅니다.  

“환경운동가들과 일부 영화 때문에 원전에 대한 과장된 위험이 퍼졌습니다. 원자력은 기후 위기의 분명한 해결책입니다. 원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했더군요.

자, 원자력의 최대 강점은 무엇입니까?

조은아 프로듀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원전이야말로 기후변화를 해결할 가장 빠르고 안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원전개발 지지론자들은 “원자력 이야말로 탄소배출이나 대기오염에서 자유로운 친환경적 에너지원이며, 건설비용도 현재 하락추세이다”라는 사실을 부각시킵니다. 실제로 우라늄 1kg은 석탄 2000톤으로부터의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또 한가지, 호주만의 장점이 있죠…? 호주는 세계 최대규모의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크리스 보원 장관도 지적했듯이 “그토록 현실성이 있고 절실한 정책이라면 자유당 연립 집권 10여 년 동안 왜 잠자코 있었느냐”고 되려 반문했는데요…

조은아 프로듀서: 네, 언급하신대로 호주는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의 40%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매장 국가지만, 1998년 원전 모라토리엄(중지) 정책을 도입해 원전 개발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죠.

당시 정부는 1998년 ‘호주 방사능 보호와 원자력 안전법’을 제정하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대한 초당적 모라토리엄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후 2013년 재집권한 자유당 연립이 10년 동안 원전개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9년 12월 자유당 연립 소속의원 중심으로 구성된 연방하원의회 에너지•환경 상임위원회는 1998년부터 이어온 ‘원전 모라토리엄(탈원전)’ 정책의 부분 폐기와 함께 차세대 신기술 원자력발전소를 승인해 달라는 보고서를 하원의장을 통해 연방의회 본회의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을 늘리고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이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던 호주 정부가 전기료 급등, 잦은 정전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원전 재검토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였던 거죠.

‘당신의 승인 없이는 하지 않습니다: 호주의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보고서였는데요.

당시 보고서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3세대+(플러스)와 4세대 기술에 따른 원자력 발전에 대한 모라토리엄 철회 △기존 1·2·3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모라토리엄 유지 △이와 관련한 각 주 정부와의 협의를 정부 측에 권고했습니다.

현재 예비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앵거스 테일러 당시 에너지 장관이 주도했던 획기적 조치였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당시 테드 오 브라이언 에너지·환경 상임위원장은 “핵 에너지는 우리의 미래 에너지 믹스의 일부로 고려돼야 한다”며 “오래된 원자력 기술에 대해선 명확한 ‘노(NO)’를 말하되 소형모듈형 원자로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선 조건부로 ‘예스(YES)’라고 말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고자 했던 것이죠.

진행자: 이번에 피터 더튼 당수도 강조했고, 2019년에도 연방의회 관련 위원회가 적극 권장한 소형모듈원전, 흔히들 SMR로 호칭하던데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조은아 프로듀서: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형모듈원전은 300메가와트급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에서 주변 기기를 잇는 배관을 없애 방사능 누출 위험을 낮춘 기술로 꼽힌다고 합니다.

핵폐기물 발생량이 적고 안정성이 뛰어난 차세대 원전기술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원전 모라토리엄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완화하는 방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국민적 여론은 어떤가요?

조은아 프로듀서: 찬반이 팽팽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석입니다. 호주광물위원회(MCA)가 지난 2019년 보고서 발표직 후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응답자의 1500명 중 39%가 호주 원전 개발을 지지하고, 33%가 반대했습니다.

진행자: 자, 호주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3%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며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있고요,  역시 새로운 가스전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는 천연액화가스는 온통 외화벌이에만 전념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더욱이 한 겨울이나 한 여름에 전력대란을 겪고 있기도 하고요.

조은아 프로듀서: 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석탄 화력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급격히 늘렸지만 전력수급은 계속 악화돼 왔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2016년 남호주와 2018년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대표적인 사레죠.

호주의 전기요금은 세계적이죠. 계속 치솟고 있고요. 호주의 가정 용 전기료는 한국의 2.5배 이상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신 태양광·수력 발전소를 늘려 2040년에는 대부분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방침을 굳건히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장은 늦어져 겨울이 되면 전력난이 반복되고 있고, 전기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음은 모두가 매일매일 겪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진행자: 이 때문에 호주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에너지 보조금으로 가정에 최대 500달러씩 지원하기로 했잖습니까.

조은아 프로듀서: 그렇죠.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기 요금이 앞으로 1년 동안 500달러 이상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피터 더튼 당수도 그 점을 강조했었죠. “전기 요금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500 달러 이상 올라갈 것인데 이는 전적으로 노동당이 지난 12개월 동안 구축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질타했죠.

실제로 국내 매체들은 가정의 에너지 요금 부담이 심화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공장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해야 하는 위험에 놓여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제기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 일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노동당 정부가 핵 추진 잠수함 도입에는 적극적이면서 원자력 발전은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비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