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 소비자 울리는 슈링크플레이션… “같은 값인데 더 비싼 느낌?”
물건값은 이전과 똑같은데 크기나 무게가 감소해 결과적으로 물건값이 오르는 현상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성행하고 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은 같은 값의 물건을 구매하는데 훨씬 비싸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것은 바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물건값은 이전과 똑같은데 크기나 무게가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물건값이 오르는 현상 때문입니다.
오늘 경제브리핑에는 실생활 물가에 관한 얘기 나눠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연결돼 있습니다.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슈링크플레이션’이 올해 들어 여러 제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아마 마트에서 식료품 구매를 하실 때 기존의 물건값보다 용량이 작아진 느낌을 종종 받으셨을 겁니다. 식료품 비교 앱인 퍼젤(Purgel)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에만 세 가지 품목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마스터푸드 마늘 과립(Masterfoods garlic granule)이 $3.15달러는 동일하지만 용량이 50g에서 45g으로 줄었고, 리츠 오리지널 크래커(Ritz original crackers)는 $3.50달러로 유지하면서 크기가 300g에서 227g으로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초콜릿 트리트먼트의 린드 맥시 캐럿(Lindt maxi carrots)의 경우 20g을 더 늘리면서 기존 $16.5에서 354g에 $17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작년 9월에는 울워스의 마크로 유기농 토마토 처트니(Woolworths’ Macro organic tomato chutney)가 275g에 $4.20에서 250g에 $5로 올랐던 바 있는데요, 울워스측은 SBS 뉴스에 공급업체의 도매 가격 인상이 이러한 가격 인상을 촉발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미 지난해부터 슈링크플레이션이 감지되고 있었군요?
홍태경 PD: 콜스(Coles)와 울워스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앱인 퍼젤(Purgel)에 따르면 이전에 다른 제품들 중에서 마스 초콜릿 바(Mars chocolate bars), 아르놋 티나 워퍼스(Arnot’s Tina Wafers), 베가(Bega) 땅콩 버터에서 이미 슈링크플레이션이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퀸즐랜드공과대학(QUT)의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학과 게리 모티머 교수는 제조업체들이 일반적으로 높은 재료 비용 때문에 공식적으로 “용량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재료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제조업체는 제품에 대한 수익을 줄이고 마진을 줄일 것인지, 아니면 비용 증가를 소매업체에 전가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모티머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소매상들이 반발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매업체와 브랜드 제조업체 간의 협상으로 귀결됩니다. 브랜드 제조업체는 소매업체에게 제품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하고, 제품을 여전히 구입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지불했던 것과 동일한 가격으로 더 적은 양의 제품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을 가질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 방법이 선호되는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겠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브리즈번의 한 슈퍼마켓에서 행해진 한 실험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몇 가지 제품의 선반 가격표를 조작한 뒤에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을 지켜봤습니다. 제품의 크기와 비용을 모두 줄이면서 용량을 더 많이 줄인 것과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인 동일한 가격이되 줄어든 크기로 판매하는 경우, 두 가지 모두 가격을 인상하는 것보다 더 나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모티머 교수는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궁극적으로 손실 지각으로 설명된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같은 물건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조금 더 작은 크기에 대해서는 기꺼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사실 슈링크플레이션은 물건을 구매할 때 직접적인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가가 오른 것으로 통계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는데요, 체감적으로는 물가가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홍태경 PD: 앞으로 호주 통계청(ABS)은 소비자 물가 지수(Consumer Price Index)를 계산할 때 상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가격 변화에 따른 물가 상승률을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는 “품질 변화” 분석의 일환으로 수행되는데요, 예를 들어 음료 한 병의 양이 750ml에서 675ml로 줄었지만 가격이 $3로 유지된다면 CPI에는 10%의 가격 인상과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모티머 교수는 소비자들이 쇼핑을 할 때 표준 측정 단위 별로 제품 가격을 보여주는 유닛 단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모티머 교수는 “이전 연구에 따르면 식료품 쇼핑 시에 단위 별 가격을 참조하는 것만으로 연간 최대 $1,700를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이 밖에 슈링크플레이션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제품들도 늘어나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유제품과 빵과 같은 기본 식료품들이 가장 높은 가격 인상을 기록했습니다. 물가 상승과 생활비 상승은 지난 1년 동안 전국적으로 지속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식료품 비용은 호주인들이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연간 인플레이션을 7%를 기록한 가운데 CPI는 지난 3월까지 3개월 동안 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일상용품의 경우, 그 상승 비율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어떤 식료품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나요?
홍태경 PD: 호주 통계청(ABS)이 발표한 최신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에 따르면 음식과 무알코올 음료가 주택과 여가, 그리고 문화 생활 부문의 뒤를 이어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료품에서 가장 큰 증가폭은 유제품으로 집계됐는데요, 연간 가격 상승률이 무려 14.9%였습니다. 빵과 시리얼 제품의 경우는 11.8% 상승했고, 기타 다른 식품의 경우 11.3% 상승한 제품도 있었습니다.
빈곤 퇴치 센터의 제이 쿠난 공동대표는 소비자들이 그들의 식료품 구매 습관을 바꿔야 하는 지경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신선한 농산물을 사지 않고 더 저렴한 냉동 식품을 산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냉동 제품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냉동 제품으로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냉동 식품을 쉽게 구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원인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요?
홍태경 PD: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대유행의 지속적인 영향, 기후 변화 및 생산 비용 상승과 같은 요인들이 모두 식료품 가격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발표된 호주 연구소의 보고서에서는 또한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왔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빈곤퇴치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생활비 상승의 결과로 식사를 거르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쿠난 대표는 “사람들은 그냥 생활비 상승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식료품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절약 방법이 있을까요?
홍태경 PD: 식료품 지출 비용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들이 있습니다. 소비자 시민 단체인 초이스(CHOICE)의 리암 케네디 대변인은 각 품목에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신중하게 살펴보고 조언합니다. 항상 같은 브랜드에서 같은 제품을 구입하기 보다 “자신이 무엇을 구매하고 있는지, 어떻게 더 나은 지출을 할 수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조언했습니다.
또 다른 예는 단가(100g당 가격)를 보며 다른 그램수의 다른 가격을 비교할 것을 조언했는데요 “가능하다면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도 보통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빈곤퇴치센터의 쿠난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지역사회의 식료품 저장고, 푸드 뱅크, 그리고 자선 단체들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빈곤에 직면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쿠난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임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 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으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일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고물가로 인해 대두되고 있는 슈링크플레이션과 함께 물가 현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