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렌드 꿰뚫기: 달라진 한국직장의 점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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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트렌드 꿰뚫기: 달라진 한국직장의 점심 문화

근무의 연장선장으로 여겨졌던 한국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가 확 바뀌고 있다. 점심 시간이 나만을 위한 휴식시간이 돼야 한다는 개별 문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진행자: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는 K트렌드 꿰뚫기로 이어집니다. 궁금한 디제이, 궁디, 전수진 리포터 연결합니다.

이번주 어떤 소식을 준비했나요?

전수진 리포터: 피디님은 점심시간에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진행자: 호주 직장의 점심문화는 각자의 개별 문화죠. 각자 알아서, 혹은 일 하면서…

그런데 한국 KBS나 정부 기관에 회의차 방문했을 때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정오 12시 땡 치면 직장인들이 썰물처럼 회사 밖으로 빠져나가더군요…거의 장관이었습니다.

전수진 리포터: 저도 한국에서 방송생활 할 때 늘 직장 동료와 점심을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냈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한국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한국 직장인들의 점심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어떤 추세입니까.

전수진 리포터: 먼저 예전과 달라진 문화는 친분시간을 가지는 직장인 보다는 혼밥하고 운동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지난 4월 모 기업에서 최근 발표한 ‘2023 직장인 점심시간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점심시간을 휴식시간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인식은 연령, 직급에 차이 없이 모두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은 회사 내 감정노동을 잠시라도 피하는 시간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짧은 점심시간 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그래서 요즘은 혼밥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행자: “업무는 같이하지만 밥은 혼자 먹으러 가겠다. 점심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다”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전수진 리포터: 그렇습니다. 점심시간 혼밥을 한다는 비율은 2020년 31.8%에서 2022년엔 42.6%까지 상승했는데요. 특히 젊은 세대 직장인일수록 혼자 밥을 먹는 성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점심을 혼자 먹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는 50%, 30대 51.8% 등으로 2030 직장인 2명 중 1명은 혼밥을 선호했는데요. 40대 38%, 50대 31.6% 에 비해 높아 MZ세대가 혼밥을 더 즐기는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진행자: 요즘은 직장 상사와 식사를 하거나 회식을 하는 것 자체가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MZ세대들이 많다고 하더니 이게 수치로 확실히 나타나네요. 절반 가량이 혼밥을 즐긴다고 하니 참 놀랍습니다.

전수진 리포터: 그리고 외식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 하면서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이 많아졌는데요. 그래서 간편식으로 점심을 떼우는 사람이 43.5%, 아예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32.6%에 달했고요. 커피 등 후식을 자제한다는 응답이 30.7%로 높았습니다. 한마디로 식사 후 커피를 무조건 마시는 한국인들의 점심식사 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거죠.

진행자: 한국도 물가가 많이 올랐죠?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보니 짜장면 한 그릇이 7천원에서 만원까지 하더라고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짜장면, 칼국수, 냉면, 삼겹살 등 대표적인 외식 품목 8개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최고 16% 가량 뛰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라는 말을 하는 직장인들이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제 혼자 도시락을 싸오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이 점점 여러 상황 때문에 개인주의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직장인의 점심시간 트렌드…

또, 뭐가 있을까요?

전수진 리포터: 점심시간마저 활용하는 ‘자기계발’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동안 혼자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자기계발’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갓생살기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공부와 일, 취미 등 철저한 자기관리형 라이프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경제불황과 고용불안이 맞물리며 직장인 자기계발 붐은 사그러들지 않는 추세인데요. 잡코리아는 MZ세대 직장인 182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자기계발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 66.5%가 “요즘 공부하거나 자기계발 하는 것이 있다”라고 답했는데요.

자기계발 중 하나죠. 한동안 열풍이었던 성인 학습지 시장은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업체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구몬과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은 앞서 2월 성인화상학습 회원수가 1년 전보다 72%나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구몬과 빨간펜 하면 초 중 고등학생 문제집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성인 회원수가 72%나 늘었군요. 대단합니다. 짧은 점심시간마저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MZ세대답군요.

전수진 리포터: 뿐만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 직장인들도 많이 늘어났는데요. 전심시간을 투자해 토익 수업을 듣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하루 10분 동안 태블릿 PC를 통해 영어 학습이 가능한 성인용 학습지 판매 비중은 2월 대비 3월에 약 37% 증가하는 등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장인이 학습지를 선호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부담 없는 학습량, 개인별 난이도 조절, 적절한 학습 가이드로 꼽힙니다.

진행자: 아무래도 직장인들은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지의 편의성이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하겠네요.

전수진 리포터: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문화센터를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문화센터는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인데요. 특히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뤄지는 플라워 강좌와 쿠킹 강좌의 경우 일찍 접수가 마감되는 것은 물론, 매월 대기자만 40~60명에 달할 정도 입니다. 문화센터 측은 “젊은층일수록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원데이 클래스 등을 수강하려는 경향이 높다. 이에 올 여름방학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쿠킹, 플라워 강좌부터 발레, 요가, 필라테스 강좌를 많이 늘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과거에 문화센터 하면 40~50대 주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 이제 젊은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군요. 그것도 그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말이죠.

전수진 리포터: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각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제 한국에 여름이 찾아오면 직장인들의 휴가기간이 되죠. 그래서 휴가철을 맞아 점심시간만 활용해 진행하던 강좌를 체험형으로 추가해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주과학작가와 강원도 철원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별빛투어’,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의 도슨스 투어가 포함된 ‘예술투어’, 유명 커피칼럼니스트와 강릉의 다양한 커피를 즐기며 배울 수 있는 ‘커피투어’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문화센터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서 직장인들이 근무를 할 때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강좌가, 휴가철을 맞이하면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강좌가 열리는군요.

전수진 리포터: 과거 K트렌드에서 소개 해 드린 신조어 중 하나가 바로 워라벨이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렷한 MZ세대라 직장생활 중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점심시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더 나은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