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형사책임연령…”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빅토리아 주정부가 현재 10살인 형사책임연령(촉법소년연령)을 12살로 상향조정 방안을 내각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으로 재점화하고 있다.
진행자: 빅토리아 주정부가 현재 10살인 형사책임연령(촉법소년연령)을 12살로 상향조정 방안을 내각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으로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빅토리아 주정부는 내각 회의에서 촉법소년연령 상향 건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전국 법무장관 회의에서 이 문제가 공식 안건으로 토론되는 등 촉법소년 연령을 둘러싼 토론이 가열되는 분위기입니다. 조은아 프로듀서와 함께 찬반 진영의 토론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빅토리아주 녹색당과 인권단체들은 오히려 “12세가 아닌 14세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면서요?
조은아 PD: 그렇습니다 .빅토리아주 녹색당은 “빅토리아 주정부의 이번 결정은 너무 성급했다. 현행 10살인 촉법소년 연령은 12살이 아닌 14살로 상향조정해야 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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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일단, 빅토리아주 녹색당이 그처럼 주장하는 이유는요?
조은아 PD: 현재 12살에서 14살 사이의 소년형사범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켰습니다 . 극소수의 소년형사범을 굳이 형사처벌하는 것은 거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죠.
이에 대해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는 2027년까지 촉법소년연령을 14살로 재상향조정이 가능할 것이다라는 대안으로 협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반면 빅토리아 주 야당 측은 “가뜩이나 빅토리아 주내의 청소년 범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촉법소년 연령 상향령이 시행에 옮겨지면 비행청소년들을 범죄 조직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습니다.
진행자: NSW도 비슷한 분위기죠?
조은아 PD: 네. NSW주도 현재 촉법소년연령은 10살이나,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진행자: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조은아 PD: 국내 인권단체들은 최근 수년 동안에 걸쳐 현행 형사책임연령을 14세로 상향조정할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 호주 지부를 비롯 인권법 센터와 원주민법률서비스 등은 지난 2022년 초 당시 자유당 연립정부의 미카엘리아 캐쉬 연방법무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이 같은 법조계 및 인권단체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호주는 대부분 촉법소년연령이 10세인데, 인권단체들은 12살도 아닌 14살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군요.
조은아 PD: 그렇습니다. 각 주정부들이 원주민 소년들의 높은 수감률 문제를 고려해 형사책임연령을 기존의 10살에서 12살로 상향조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풀이됩니다 . 12살이 아니라 세계적 추세에 맞춰 14살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국내인권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에 관련법이 12살로 개정될 경우 제대로 된 법 개정의 기회가 상실되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형사책임연령은 14세로 평준화됐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은 호주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원주민 청소년 수감률로 인해 촉법소년연령 상향 요구가 거센거군요.
조은아 프로듀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호주 원주민 청소년 수감률은 같은 연령대의 비원주민 청소년 대비 무려 23배나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수치죠.
이 같은 원주민 청소년들의 높은 수감률로 인해 이들의 구치 및 수감 관련 비용에만 연 10억 달러의 투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 내에서의 폭력 문제도 논란입니다.
청소년 수감자 수백명이 매년 교도소 내에서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는데 이 가운데 중상을 겪는 경우도 다수라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소년범 수감자의 자해 및 자살기도 사례도 여전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
이런 이유로 호주의 촉법소년연령을 14살로 상향조정할 것을 촉구해온 법조계, 의료계, 인권 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낮은 촉법소년 연령은 결국 원주민 등 취약계층 어린이들의 수감률만 높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취약계층 가정 자녀들도 원주민 아이들과 비슷한 상황인거군요?
조은아PD: 그렇습니다. 실제로 소년원 수감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폭력, 학대, 장애, 홈리스, 마약 혹은 알코올 문제 가정의 자녀들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원주민 가정의 자녀들이지만요.
이런 맥락에서 촉법소년연령 상향 조정은 사회정의 구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주장인 겁니다 .
다수의 정신과 전문의들도 “교도소 수감이 어린이들의 갱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 결과적으로 “어린이의 수감은 사회적 악순환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한 마디로 정서적으로나 보건, 복지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자녀인 이들 어린이들이 소년원에 복역할 경우 성인이 돼서 교도소에 수감될 확률도 한층 높아진다는 것이 이들 기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진행자: 우리 속담의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꼴입니까?
조은아 PD: 그렇죠. 경범죄로 소년원에 수감되는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성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
이런 맥락에서 인권단체들은 지속적으로 “10살 어린이까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호주의 현행법은 국가적 비극이다”라며 법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 단체들은 “이 세상 모든 어린에게 교도소가 통과의례가 돼서는 안된다”며 형사책임연령은 반드시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점을 적극 호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흥미로운 점은 한국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평균 형사책임연령은 14세라고 합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오히려 “이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조은아 PD: 호주의 경우는 좀 상황이 다른 거죠. 형사책임연령이 세계평균치보다 4살 낮게 법제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원주민 어린이들의 수감률만 급등시킨 결과를 초래하면서 심각한 흑백불균형 문제의 근간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