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순수 한국인 무슬림 6만…한국사회의 이슬람과 라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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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IN: 순수 한국인 무슬림 6만…한국사회의 이슬람과 라마단

순수 한국인 무슬림 6만 명을 돌파한 한국에서 이슬람 문화는 대학 무슬림 동아리· 할랄 식당· K코란· 한국인무슬림 셀럽 등장등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전 세계 18억 무슬림이 이슬람권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Ramadan)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최대 종교행사로 약 한 달가량의 금식과 기도를 통해 세속적인 욕망을 최소화하고 삶의 본질을 찾아 성찰합니다.

한국 법무부와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외국인을 포함한 한국 내 무슬림 인구는 2021년 기준 총 26만  명으로 이중 순수 한국인 무슬림이 6만 명을 넘었습니다.

라마단을 맞아 한국의 이슬람교 정착과 현황, 한국 사회에 전반에 파고드는 이슬람 문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일반적으로 ‘라마단’하면 ‘금식’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슬람교의 라마단이란 어떤 의미인지부터 알아보죠.

유화정 PD: 라마단 (Ramadan)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란 뜻으로, 이슬람력에선 9번째 달을 의미합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신으로부터 ‘코란(Qu’ran 꾸란)’의 계시를 받은 신성한 기간으로 라마단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절제입니다.

라마단 동안의 금식은 유일신 알라와의 관계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영적인 모습과 자기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라마단 금식 중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이해하는 의미도 담겨있는데요. 라마단이 끝난 뒤 ‘자카트’라고 자신의 재산의 2.5% 이상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은 무슬림의 종교 의무 중 하납니다.

진행자: 올해 라마단은 3월 22일 일출부터 시작해 4월 21일까지 한 달간 이어지게 되죠. 매년 이스터 기간이 다르듯 이슬람의 라마단도 해마다 날짜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유는 뭔가요?

유화정 PD: 이슬람력은 음력과 같이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슬람력에는 윤달이 없기 때문에 태양을 기준하는 서구의 현대의 달력에 비해 약 10일이 짧습니다.

라마단은 1년이 354일 또는 355일인 이슬람력을 기준으로 날짜를 계산하기 때문에 매년 약 10일씩 앞당겨지는 것이죠. 가령 2024년의 경우 라마단 기간은 3월 9일부터 4월 8일까지로 올해보다 약 열흘 정도 빨라집니다.

진행자: 라마단 한 달 동안은 동이 트는 시간부터 일몰까지 식사나 음료, 물까지 일체 금식할 뿐만 아니라 거짓말, 험담, 저주와 같은 불경스러운 언사도 피해야 한다고 하죠?

유화정 PD: 라마단 기간에는 단순히 음식을 절제하는 금식뿐만 아니라 성생활, 불경스러운 행동이나 말, 질투, 시기, 음란한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아가 흡연, 향수 냄새를 맡는 것 등도 금합니다.

호주 사회에서도 종종 목격할 수 있는 모습으로 메카를 향하여 하루 다섯 번 알라에게 바치는 예배는 무슬림에게는 일상의 예식인데요.

라마단 단식은 하루 다섯 번의 예배, 신앙고백, 희사, 성지 순례와 함께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슬람의 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입니다. 무슬림들은 이 5가지 의무를 평생 동안 철저히 지키며 살아갑니다.

진행자: 이슬람 계율에 따른 엄격한 교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가 이슬람이라는 예측이 나와 눈길을 끄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현재 추세면 2050년이면 무슬림 인구가 전 세계 그리스도인 인구와 거의 같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슬람은 기독교(천주교, 개신교, 동방정교회 포괄해) 힌두교, 불교와 함께 세계 4대 종교의 하나로 무슬림 인구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18억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교 인구를 가진 기독교가 50년 뒤에는 이슬람교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슬람 인구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높은 출산율과 젊은 층의 증가를 꼽았는데, 이는 즉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죠?

유화정 PD: 유럽과 북미 일각에서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새로운 개종자가 늘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제기됐지만 그러나 무슬림이 느는 주된 요인은 무슬림 가정의 높은 출생률 때문이라는 결론입니다.

많은 무슬림 집단에서 여성이 집 밖에서 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데, 여자가 집에만 있는 가정환경은 자연스럽게 평균적인 비무슬림 가족보다 더 많은 자녀의 출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데요.

전통적인 무슬림에게 많은 자녀를 갖는 것은 무함마드의 움마(공동체) 확장이라는 사명을 성취하는 무함마드를 향한 헌신의 표시가 됩니다. 태어난 아이들은 당연히 무슬림으로 간주되고 자동으로 이슬람의 전체 숫자에 추가됩니다.

진행자: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무슬림 남성은 최대 네 명의 여성과 결혼할 수 있는데, 이는 또 당연히 많은 자녀로 이어지게 되겠죠.

유화정 PD: 이슬람 경전 코란 4장 3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전쟁고아들을 공정히 대해 줄 수 없을 때는 아내를 구하라. 둘, 셋, 넷까지. 그러나 아내들을 공정하게 대해 줄 자신이 없거든 한 아내로서 족하리라.”

이슬람교가 일부다처제를 도입한 것은 초기 이슬람 사회에 있었던 잦은 전쟁과 남성의 절대적 부족으로 공동체 유지를 위해 전쟁미망인을 맞아들이라는 코란 구절이 게시되면서인데요.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지면서 이슬람 율법 학자들조차 ‘일부다처제를 현대적 배경에서 비이슬람 적’이라 말하는 추세입니다

진행자: 자 그런데, 한국 내 무슬림 인구수도 최근 5년 사이 110% 놀라운 신장세를 보였어요. 순수 한국인 무슬림 수만 6만 명을 넘어섰다면서요?

유화정 PD: 한국 법무부와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내 순수 ‘한국인 무슬림’은 약 6만 명, 한국 거주 외국인 이슬람교도까지 합치면 총 26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의 0.4%에 해당합니다.

한국 내 무슬림 인구 증가세에 따라 이슬람 사원 모스크(Mosque)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요. 1975년 이태원에 세워진 첫 모스크인 한국 이슬람교 중앙 성원을 비롯 전국적으로 모스크 23곳이 등록돼 있고, 작은 기도처인 무살라(Musalla)는 221곳에 이릅니다

진행자: 얼마 전 “라마단 기간에 왜 100만 명 이상이 시드니 라켐바로 향하고 있나”라는 SBS특집 보도를 다룬 바 있는데요. 해가 지기 시작하면 시드니 라켐바에서는 밤 축제가 시작되고 라켐바 야시장에 가면 호주에서 미처 만나지 못했던 음식, 맛,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데, 한국의 라마단 풍경은 어떤가요?

유화정 PD: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라마단은 ‘괴로운 금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특히 직장인 한국의 무슬림들이 가장 힘들어할 때가 라마단인데요. 전통 이슬람 국가의 경우 회사의 업무 시간은 대략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짧아집니다. 라마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아니면 한 달간의 금식은 힘들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나 이제 일몰 이후에는 금식이 해제되면서 가족 친지 단위로 성대한 만찬과 함께 사실상 화려한 파티 분위기로 바뀌게 되는데, 한국 외교부에서도 매년 이슬람 및 중동지역 관계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개최하고 있죠?

유화정 PD: 라마단 기간 중에 매일 해가 진 뒤 하루의 금식을 마치고 하는 첫 식사를 이프타르(Iftar)라고 해서 ‘금식을 깬다’는 뜻입니다

이프타르 시각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원래는 흰 실과 검은 실을 매달아 놓고, 두 실의 색이 구분이 안 될 때가 바로 이프타르 시각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빛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방팔방 밝아서 이런 방법은 소용이 없고 라마단 때가 되면 인터넷 등에 매일 몇 시에 이프타르가 시작되는지 나옵니다.

이프타르 만찬은 인종, 국적, 종교,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로 라마단 기간에 모스크에 가면 일반인들도 무료로 이슬람 할랄 식사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시드니 라켐바 야시장처럼 ‘한국 무슬림의 성지’로 불리는 이태원에는 ‘할랄음식 메카’ 문화거리가 조성돼 국내 무슬림뿐만 아니라 할랄(halal) 음식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이슬람이 들어오기는 통일 신라 때부터라는 문헌 기록이 있지만 현대 무슬림의 단초는 6.25 때로 무슬림 국가 튀르키예의  참전이 그 시작이었는데, 한국 최의초 모스크가 세워진 이태원 부지는 6.25 때 튀르키예 군이 기도하던 장소였다면서요?

유화정 PD: 튀르키예는 한국을 형제국가라며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을 인도적으로 지원했는데, 그러면서 전쟁 중에 두 명의 무슬림 개종자가 생겼고, 1955년 이들이 중심이 되어 이슬람협회가 결성됐습니다.

1970년 중동건설 근로자들이 귀국하면서 본격적으로 무슬림 교도가 생겨났고, 1975년 석유 위기 이후 중동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당시 박정희 정부가 친아랍정책을 펴면서 이 흐름에서 생겨난 것이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입니다.

이후 1990년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한국사회의 무슬림 확산을 가져왔는데,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무슬림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슬림((Koslim, 한국인과 무슬림을 합친 용어)의 탄생도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순 한국인 무슬림 6만 시대에 걸맞게 최근 한국 내 20-30을 중심으로 이슬람 문화가 사회 전반에 파고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여러 팩트들이 가시화되고 있죠?

유화정 PD: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일부 대학에 이슬람교 동아리가 생겨났고, 17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대 무슬림 학생회는 금요일마다 모여 정기 합동 예배를 갖습니다.

카이스트의 경우 매주 금요일 기도 모임과 일요일에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스터디를 하는데 비무슬림 학생들에게 이슬람 문화를 소개하고 교류하는 행사를 열기도 합니다.

또 상당수 대학이 교내에 ‘할랄 식당’을 열었습니다. 2013년 한양대가 처음으로 할랄 식당을 만들었고, 세종대, 이화여대, 경희대, 서울대는 2018년부터 할랄 메뉴를 제공했습니다. 카이스트엔 할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생겼습니다.

한국어 코란의 판매량도 늘고 있는데요. 출판사 명문당이 2017년 처음으로 한국어 코란 완역본을 출간한 이후 한국어 코란 판매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추세입니다

진행자: 20∼30대 한국인 무슬림 중에는 외국 무슬림에게 인기를 끄는 셀럽도 등장했다면서요?

유화정 PD: 인스타 그램 팔로워 수가 35만 명을 넘는 소셜미디어 스타 송보라(Ola Bora Song)는 다양한 모양의 히잡으로 자유로운 스타일을 연출하고, 한복, 선글라스, 원피스 등에 히잡을 매칭해 무슬림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무슬림으로 개종한 지 15년이 된 송보라 씨의 일상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이슬람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또 해외에서 K 팝이 유행하는 것처럼 ‘K코란’이라고 해서 한국인 무슬림이 직접 코란을 낭송하는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대학 동아리 활동이나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주로 받는 젊은 층에서 무슬림이 되거나 혹은 개종하는 주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처음부터 신앙적인 느낌으로 마주했다기보다 이슬람 문화권의 찬란한 역사와 발명을 알아가면서, 또 코란을 읽으면서 ‘이슬람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실질적 논리’라고 느꼈다는 답변이 대다수입니다.

진행자: 이슬람의 금식 성월 라마단을 맞아 한국 사회 전반에 스며든 이슬람 문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