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렌드 꿰뚫기] “승용차, 왜 필요하죠…?”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운전을 기피하는 ‘안티 드라이빙’ 문화가 각국에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젊은층의 경우 이 같은 승용차 기피 문화가 두드러진다.
진행자: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K트렌드 꿰뚫기 시작합니다. 전수진 리포터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을 준비 했나요?
전수진 리포터(이하 전수진): 자동차 종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안티 드라이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저도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운전을 기피하는 ‘안티 드라이빙’ 문화가 각국에 확산되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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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그렇습니다. 이 문화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먼저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10대들이 운전하는 장면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인구밀도가 낮고, 생활권이 넓어 10대때부터 운전대를 많이 잡는 미국도 2000년대 들어 10대 운전자 비율이 크게 줄었습니다.
미국연방고속도로관리국(FHA)에 따르면 19세 미국인 중 운전 면허를 딴 비율이 1983년애는 80%에 달했으나 2018년엔 61%까지 떨어졌습니다. 20대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1997년 미국에선 20~25세의 90%가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었는데, 2020년엔 80%로 떨어졌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미국이지만 유럽의 경우 운전을 하지 않는 젊은 운전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영국전문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취득한 영국 10대 인구 비율은 근 20년 동안 41%에서 21%로 반 토막 났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죠. 한국도로교통공단 역시 2010년 13.3%였던 20대의 운전면허 응시율도 10.8%로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MZ세대라고 하면 자신이 지닌 것에 비해 더 좋은 차를 사서 허세도 부리고 싶고, 그리고 지난번에 소개 해 드린 적이 있죠. 차박이라고 해서 자동차를 이용해 캠핑을 즐기는 젊은 MZ세대가 늘어났다고 해서 자동차 시장이 더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반대의 결과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전수진: 아무래도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인터넷 보급 확산과 저성장성이 주로 거론되는데요. 요즘 젊은 MZ세대는 어디서 쇼핑을 할까요? 바로 온라인에서 쇼핑을 주로 합니다. 한마디로 스마트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뜻이죠. 그리고 요즘 영화관도 갈 필요가 없습니다. 각종 영상을 언제 어디서든지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운전 할 일이 크게 줄게 되는 거죠. 뿐만 아니라 성장 정체로 불안정하고 급여가 적은 질 낮은 일자리가 양산되면서 큰 돈이 들어가는 차량을 구입하기에는 젊은 층에게는 사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진행자: 그렇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평생 직장이란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프리랜서 혹은 회사를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그러다 보면 꾸준히 지출해야 하는 자동자 유지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겠네요.
전수진: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차를 보유하고 1만 5천 마일을 운전 하는데 드는 돈은 연간 미화 1만 1천 달에 이릅니다. 이 돈이면 평범한 직장인이 가볍게 소비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를 일시불로 구입하기는 어렵죠. 한 달에 한번 자동차 할부금을 내야하고… 기름값에 유지비에 보험료에… 사실 자동차 하나 뒀을 뿐인데 지출되는 금액이 엄청납니다.
진행자: 수진 리포터도 MZ세대인데 실제로 그 부담감으로 차량 구입을 포기한 적이 있나요?
전수진: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과감하게 수입차를 구입 한 적이 있는데요. 그 때 당시 할부금이 한 달에 약 100만원 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름은 어찌나 많이 소비되는지 출퇴근만 했는데 일주일에 8만원이 지출 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부담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 후 제가 호주로 어학연수를 왔을 때 차량을 구입하지 않았어요. 직장인에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니 차량 구입비부터 유지비의 부담 때문에 약 2년을 차 없이 생활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공감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진행자: 젊어서 가능한 생각일까요? 제 나이쯤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혹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자주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
이런 것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거든요.
전수진: 실제로 자동차 구입을 포기하고 전동 킥보드를 타는 젊은 세대가 급속도로 늘어났죠. 호주에서도 쉽게 보실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MZ세대가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는 이유가 꼭 지출 문제만은 아닙니다. 내연기관 차가 탄소를 엄청나게 배출 한다는 것도 환경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탐탁지 않은 부분이죠. 미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도시의 승용차는 이산화탄소를 연평균 약 4.6톤 내뿜는다고 합니다.
진행자: MZ세대의 88.5%가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환경을 보호 하는데 힘을 쏟는 세대가 바로 MZ세대죠. 그렇다면.. 완성차 업체들은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전수진: 물론입니다. 젊은 층의 운전 기피 현상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차량판매 감소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현대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GM 등 주요 업체는 차량 공유 업체와 제휴하기로 발표하고, UAM(도심항공 교통)과 자율 주행 등에 기반한 모빌리티 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등 대책마련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4년 전 차량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현대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기 보다 공유하기를 원한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기업들도 긴장 하고 있는 MZ세대의 안티 드라이빙 문화.. 앞으로도 이어지겠죠?
전수진: 운전대를 잡지 않는 MZ세대..그리고 그 뒤를 이을 세대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친환경 기조 속에서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이 주차 공간 축소, 도로 폐쇄, 녹지 공간 확대 같은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기 때문인데요.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 키론 차터지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청년기에 형성된 운전 습관은 나이가 든 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전성기는 21세기에 막을 내릴 것이다.” 라고 말 했습니다.
진행자: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입니다. 이제 자동차 전성기는 21세기에 막을 내릴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이 흐름을 쫓아 가는 것 조차 벅찰 만큼..세상은 빠르게 움직입니다.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전수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