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head view of stuffed Olives, balsamic vinegar and olive oil together with olive breadsticks and sundried tomato stromboli on a wooden board. One of a series of bread images. Credit: DMP1/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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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식전 빵의 용도는 입안 세정으로 미각을 정리해 메인 음식의 맛을 돋우는 데 있습니다. 고혈당지수를 가진 빵은 발사믹 식초와 함께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Key Points
- 레스토랑 식전 빵은 미각 청소용…입안 세정으로 메인 음식 식욕 돋워
- 발사믹 식초 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하면 혈당 상승 억제 효과 높아
- 빵 냉동 보관 후 해동하면 혈당 지수 낮출 수 있어
- 닭고기, 달걀 등 단백질과 함께 섭취하면 혈당 상승 억제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를 전합니다. 건강 IN은 건강 insight, 한자어 사람 ‘인(人)’을 써서 ‘건강한 사람’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건강 IN에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정보와 건강 상식을 통해 일상에서의 우리 몸 관리법과 건강해지는 습관과 건강한 먹거리 등 지혜로운 건강 생활을 위한 정보들을 전해드립니다.
나혜인 PD: 일상생활 속의 건강한 습관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합니다. 건강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유화정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Happiness is the smell of bread baking.” ‘행복은 빵 굽는 냄새다’라는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 밥을 더 선호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빵 굽는 냄새나 갓 구운 빵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을 거의 없으리라 보는데요. 오늘은 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죠?
유화정 PD: 네 그렇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양식 레스토랑에서 식사 전에 빵을 받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본 식사 전에 제공되는 그 따끈한 빵, 혹시 왜 주는지 궁금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혜인 PD: 맞아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식사 전 빵과 함께 발사믹 식초를 섞은 올리브 오일이 나오잖아요. 저도 맛있게 먹기만 했지 왜 주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유화정 PD: 아마도 많은 분들이 비슷하실 텐데요. 본 식사가 나오기 전에 먹으면 빵을 먹으면 배부를 수 있는데, 왜 레스토랑들은 식전에 굳이 빵을 제공할까요? 오늘 이 궁금한 점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나혜인 PD: 혹시 서양의 전통적인 식문화에서 기원한 것이 아닐까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식전에 빵을 제공하는 전통은 고대 로마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빵은 식전 음식인 ‘안티파스토’의 하나로 식사 전 빵을 간단히 먹어 식욕을 돋우는 역할이었는데요. 안티파스토(Antipasto)는 이탈리아 어로 ‘식사 전에’라는 뜻으로 요즈음의 식전 요리 에피타이저를 말합니다. 이 관습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다양한 형태의 식전 빵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File. (SBS) Credit: The Larousse Book Of Bread
또한 프랑스 요리의 영향도 큽니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식전에 바게트나 크러스트 빵을 주는 것이 흔한데, 이는 음식의 질감과 풍미를 미리 준비하는 중요한 단계로 여겨졌습니다. 현대 레스토랑에서도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죠.
나혜인 PD: 한국에선 식사 전에 빵 대신 죽이 나오죠. 식전에 빵을 먹는 관습이 고대 로마에서 시작됐다면, 현대에 와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의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정확한 지적입니다.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식전 빵은 고객을 환영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고객이 메뉴를 고르는 동안 출출함을 달래주고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식전 빵은 종종 레스토랑의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하는데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식전 빵에 정성을 들여, 이 빵을 통해 레스토랑의 요리 철학이나 맛의 방향성을 미리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나혜인 PD: 다양한 식전 빵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대표적인 예로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에 찍어 먹는 이탈리아 식 포카치아나 치아바타 빵이 있습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선 크러스트가 있는 프랑스 전통 바게트나 프렌치 롤 같은 빵이 종종 버터와 함께 제공됩니다.
스페인식으로는 토마토 브레드와 같은 간단한 빵에 올리브오일과 허브가 곁들여집니다. 지중해 지역의 전통으로는 나무 오븐에 구운 피타빵 등이 올리뷰유나 허브와 함께 나옵니다.
나혜인 PD: 고대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관습이 이어져 현대에는 고객 서비스 차원의 의미도 더 해진 식전 빵,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모르는 과학이 숨겨져 있다고요?
유화정 PD: 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식전 빵은 ‘미각 청소’를 해, 손님이 메인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 혀에는 최대 100개의 미각수용체가 뭉쳐있는 미뢰가 여러 개 분포해 있는데, 이 미뢰가 식품의 맛 분자를 인식해 뇌로 신호를 보내면, 우리는 맛을 인지하게 됩니다.
이전에 먹었던 음식의 성분이 혀에 그대로 남아있으면, 다음 음식 맛 분자가 미각수용체와 결합하는 양식이 바뀌는 등 영향을 받으면서 제대로 된 맛을 보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나혜인 PD: 그러니까 특별한 맛이 담기지 않은 삼삼한 빵으로 미각 청소를 해서 메인 음식을 더 잘 맛볼 수 있게 한다는 말이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빵과 같은 전분 덩어리는 꽤 효과적인 미각 세정제로 연구 결과 확인이 됐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식품공학과 연구팀은 효과적인 미각 세정제를 찾기 위해 실험 대상자에게 단맛이 있는 젤리빈, 커피의 쓴맛, 기름진 맛의 훈제 소시지, 떫은맛이 나는 차, 매운 또띠아칩, 시원한 맛을 느끼게 하는 민트, 그리고 잔향을 느끼게 하는 사과 소스 등을 먹게 한 다음 크래커, 물, 레몬수, 우유, 초콜릿 등으로 미각 청소를 하게 했는데요.
그 결과, 밀가루와 물로만 만든 전분 덩어리인 크래커가 미각을 세정하는데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또한 바게트 등 별맛이 없는 빵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아무 맛이 안 나는 식빵을 씹어먹을 때 입 안에서 침이 나와 남아 있던 맛 분자가 식빵과 함께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crackers
나혜인 PD: 밀가루와 물로만 만든 크래커가 미각 세정제로 가장 효과적이지만, 과는 좋으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식전에 크래커 몇 조각을 내놓는 것보다는 따끈따끈한 갓 구운 빵을 제공하는 것이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훨씬 더 고급스럽게 보이겠죠. 그런데 우리가 아는 유명 세정제로 레몬도 있죠?
유화정 PD: 특정 음식들이 미각 수용체가 다음 음식의 맛 분자를 잘 인식하도록 돕는 세정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앞서 언급된 크래커 빵과 같은 전분류 외에 레몬, 탄산수 등이 있습니다.
보통 와인을 시음할 때 중간에 레몬을 씹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와인의 단맛, 떫은맛, 향 등 미묘한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반복적으로 비슷한 맛에 노출되면 미각 수용체가 혀 표면에서 세포 내부로 숨어들어 가 맛을 잘 느끼기 힘든데, 레몬의 신맛이 이를 회복시킬 수 있고, 신맛이 침 분비를 촉진해 구강 내 음식물을 효과적으로 씻어내는 것도 함께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나혜인 PD: 한편, 식전 빵이 혈당을 급격히 올려서 배고픔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메인 음식을 더 많이 먹게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이게 혈당지수와 관련된 건가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혈당지수 (GI, Glycemic Index)는 음식을 섭취한 뒤 혈당이 오르는 정도를 수치화한 건데요. ▲혈당지수가 55 이하는 저혈당지수 식품 ▲55~69는 중간 혈당지수 식품 ▲70 이상은 고혈당지수 식품으로 분류합니다.
특히 식전 빵으로 자주 나오는 흰 빵과 모닝빵은 혈당지수가 92~95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데요. 이런 고혈당지수 음식을 빈속에 먹으면 식욕이 갑자기 오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식전 빵을 먹으면 인슐린이 빠르게 분비되고, 포도당 처리가 끝나면 혈당이 떨어집니다. 뇌는 이 상황을 갑작스러운 에너지 부족 상태로 받아들여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을 분비해 계속 배고픔을 느끼는 상태로 만드는 거죠.
나혜인 PD: 그렇다면 식전 빵으로 인해 오르는 혈당을 완화할 방법은 없을까요?
유화정 PD: 발사믹 식초가 그 해답입니다. 발사믹 식초를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걸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거든요. 발사믹(balsamico)은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뜻으로 향이 좋고 깊은 맛이 나는 고급 포도 식초를 말합니다. 식초는 소장에서 천천히 흡수되는 식품 중 하나라서 식후 혈당도 천천히 오르게 됩니다.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나혜인 PD: 식초가 체중 조절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죠. 한때 한국에서 감식초가 크게 유행했을 정도로요.
유화정 PD: 맞아요. 식초에는 초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게 젖산을 분해해서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지방을 분해해서 체중 조절에도 좋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 호르몬 생성에도 도움을 주고요. 발사믹 식초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완화하고, 칼슘 흡수를 높여줘서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나혜인 PD: 빵은 우리 식사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지만, 종류에 따라 칼로리와 혈당 지수가 달라 어떤 빵을 골라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요. 빵을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요?
유화정 PD: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빵은 단순당 식품이라 흡수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혈당도 급격하게 오릅니다. 소화도 빨라 금방 허기지기 쉽죠. 특히 잼이나 꿀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면 더 많은 단순당이 추가되어 혈당에 더욱 악영향을 미칩니다.
빵을 포기할 수 없다면, 단맛이 강한 간식 느낌의 빵보다는 통곡물로 만든 호밀빵이나 잡곡빵을 선택하세요. 이런 빵들은 정제되지 않은 곡물로 만들어져 섬유질 함량이 높고, 혈당을 덜 올립니다. 참고로 흰 빵의 혈당지수는 70.7로 고혈당 지수 식품, 통밀빵은 50으로 저혈당 지수 군입니다.
나혜인 PD: 저희가 얼마 전에 건강 IN에서 ‘두부를 얼렸을 때 단백질 함량이 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빵을 냉동 보관했을 때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연구에 따르면, 빵을 냉동 보관한 후 해동하면 빵의 구조가 변화해 소화 속도가 느려지고, 이로 인해 혈당 지수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해동할 때는 천천히 자연 해동하거나 냉장고에서 해동하는 것이 좋고, 전자레인지나 오븐을 이용한 빠른 해동은 그 효과가 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혈당 상승을 줄이기 위해 빵을 단백질과 함께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백질은 소화를 느리게 하고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주니까요. 예를 들어 빵에 닭가슴살이나 달걀을 넣어 샌드위치로 드시면 좋습니다.
나혜인 PD: 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분들께 좋은 방법이네요. 오늘은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식전 빵의 숨겨진 비밀과 건강하게 먹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