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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달래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호주 남·녀 선호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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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OOD

Comfort food / SBS Food Source: SBS / SBS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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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76%가 지루할 때, 55%가 우울할 때 더 많이 먹는 반면 행복할 때는 적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 기분 전환 음식으로는 초콜릿이 꼽혔으며, 남녀 간 선호 음식에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Key Points
  • CSIRO 리서치… 호주인 76% 지루할 때, 55%는 우울할 때 더 많이 먹고, 행복할 때 적게 먹어
  • 대표 기분 전환 음식으로 초콜릿 치즈 등 고칼로리 음식 꼽혀…남녀 선호도 달라
  • 사회 문화와 함께 진화하는 컴포트 푸드…이국적인 맛, 건강한 힐링 옵션 선호 증가
  • 배달음식이 일상화된 시대, MZ 세대에게 컴포트 푸드는 배달음식일 수도

나에게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음식, 이른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는 무엇일까요?

누구나 특정 음식을 먹고 긴장되거나 짜증 났던 순간을 해소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최근에는 기분을 달래주거나 안정시켜 주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집밥’에 대한 향수가 많아지는 것도 이런 컴포트 푸드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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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기분이 우리의 식습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 분석 결과와 함께 컴포트 푸드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짜증 날 땐 짜장면, 우울할 땐 울면, 복잡할 땐 볶음밥, 탕탕탕탕 탕수육!” 2000년대 초반 한국의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온 노래인데요. 노래 가사처럼 실제로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유독 당기는 음식이 있죠?

유화정 PD: 어느 푸드칼럼니스트의 말을 빌면 “여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떡볶이가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삶에 지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옛날 학교 앞에서 팔던 매콤한 떡볶이가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현실이 각박할 땐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위로받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 즉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정서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한 기분이 들 때면 어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이 절실해지죠. 보글보글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 생일 상에 빠지지 않던 미역국, 엄마 손맛으로 무친 나물 등..

나혜인 PD: 비단 집밥만이 아니죠. 한국에서 치열한 직장생활을 해봤다면 지글지글 구운 삼겹살과 소주 한 잔에 그날의 스트레스까지 담아 꿀꺽 삼켜본 기억도 많으실 겁니다.

유화정 PD: 요즘엔 호주에서도 삼겹살 회식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땐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위로를 먹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혜인 PD: 마음에 위로가 되는 음식, 이와 관련된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는 용어도 있죠?

Korean BBQ pork

Korean BBQ pork belly. Source: Getty / Getty Image

유화정 PD: 맞습니다. Comfort food는 식문화 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 개념인데요. 이 용어는 1966년 미국 일간지 The New York Times에서 처음 사용됐습니다.

당시 뉴욕 타임스는 컴포트 푸드가 특정 음식이 개인에게 정서적인 위안과 안정을 제공하며, 대개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러한 음식들은 심리적 · 감정적 회복을 돕고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컴포트 푸드로는 일반적으로 풍부하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마카로니 앤 치즈, 스파게티와 미트볼, 치킨 수프 등이 컴포트 푸드로 여겨집니다.

나혜인 PD: 미국인 입맛은 확연히 다른 것 같네요. 한국인은 얼큰한 맛을 선호하죠. 앞서 추억의 떡볶이가 언급됐지만 떡볶이가 한국인의 컴포트 푸드 1순위에 오른 바 있다고요?

Popular South Korean street food, Tteokbokki

Popular South Korean street food, Tteokbokki

유화정 PD: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 2020년 서울시가 전국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대 나를 위로하는 음식’을 묻는 온라인 조사에서 떡볶이가 1위에 선정된 것인데요.

조사에 참가한 시민의 대부분이 “엄마표 음식이라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 등을 선정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어서는 치킨과 김치찌개, 삼겹살, 삼계탕 등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습니다.

나혜인 PD: 어머니와 음식이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주고 나아가 행복감을 찾아준다는 점에 큰 공통점이 있는 거네요. 컴포트 푸드의 예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세계적인 레스토랑 Noma 의 경우도 꼽아볼 수 있겠는데요. 노마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적이 있을 만큼 유명한 레스토랑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Noma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색다른 식재료로 혁신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았는데요.

코로나 록다운이 풀린 후 레스토랑을 햄버거와 와인을 파는 야외 Bar로 재 개장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거창한 코스 요리보다는 일상적이고 편안한 음식으로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 오너 셰프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처럼 개미 마리네이드를 곁들인 생당근을 사람들에게 내놓을 때가 아니다”라면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혁신이 아닌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 셰프의 컴포트 푸드 도전은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영국에서 미쉐린 2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샛 베인스는 자신의 72세 어머니와 팀을 이뤄 인도 가정식 테이크아웃 전문점 MOMMA-BAINS를 차리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 놓은 코로나 19는 인류의 식문화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는데, 집콕 생활로 식사와 간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식사의 간식화’ 현상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사 대신 케이크 과자 초콜릿 등 위로감을 주는 음식 소비가 크게 늘어났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식사의 간식화 현상이 빚어진 것은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세끼 식사 대신 간식처럼 간편한 음식을 자주 먹게 되었다는 의미인데요. 호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21년 당시 1,200만 명 이상의 호주인들이 락다운 상태에서 더 많은 간식을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Covid-19 has changed the eating habits of Australians

Covid-19 has changed the eating habits of Australians Source: AAP

2021년 영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YouGov와 호주식물성 스낵 브랜드 Fancy Plants의 공동 조사에서 호주인의 49%가 정상적인 식사 끼니를 간식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32%는 더 이상 완전한 식사를 거의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간식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혜인 PD: 최근 발표된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보고에서 기분이 사람들의 식습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CSIRO가 약 2,000명의 호주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루하거나 우울할 때 사람들은 더 많이 먹는 경향을 보였는데, 76%가 지루할 때 더 많이 먹고, 55%는 우울할 때 더 많이 먹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때 선택되는 음식은 코칼로리 고지방 음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초콜릿, 치즈가 대표적으로 꼽혔는데요. 실제 이러한 음식들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일시적으로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이번 조사에서 남녀 간 선호 음식에도 차이를 보였다고요?

Sausages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

유화정 PD: 네 간식 선호 경향에 있어 남 녀 간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남성들은 맥주와 살라미·소시지·햄 등 가공육을, 여성들은 짭짤한 크래커와 케이크·머핀 같은 간식을 선호했습니다.

Binge eating – the dark side of comfort food

Binge eating – the dark side of comfort food Source: Getty

한편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점은 지루하거나 우울할 때 더 많이 먹고자 하는 것과 정반대로 긍정적인 기분은 오히려 식욕을 줄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나혜인 PD: 기분과 또 성별에 따라 음식 섭취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정말 흥미롭네요.  이처럼 기분이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기분 전환에 그치는 걸까요, 아니면 장기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유화정 PD: ‘감정의 식탁’이라는 책을 쓴 신경과학자 게리 웬크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뇌에 작용해 감정 기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음식을 통한 기분 조절은 일시적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뇌와 몸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웬크는 감정적으로 힘들 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음식이 아닌 장기적으로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팬데믹 이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뉴노멀 시대에 음식은 위로와 행복감을 섭취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전에는 몇 가지 음식에만 국한되던 컴포트 푸드 역시 여러 사회 문화적인 요소에 의해 그 의미가 변화하는 추세죠?

유화정 PD: 그와 관련해 미국의 시장 조사 기업 데이터센셜은 “다가오는 세대의 소비자에게 컴포트 푸드란 더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여기에는 이국적인 맛, 그들이 먹고 자란 브랜드, 그리고 건강한 옵션 등을 포함하며 컴포트 푸드의 의미는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는 슬로 라이프, 웰빙, 친환경 비거니즘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지 않습니까. 이전에는 잦은 음주, 자극적인 음식으로 묵은 스트레스를 해소했다면, 이제는 친환경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 건강 요리로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흐름과 함께 사람들이 추구하는 컴푸트 푸드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죠.

나혜인 PD: MZ 세대의 새로운 관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SNS 세상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MZ세대의 주요 관심사는 ‘색다른 취향 공유’에 있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MZ세대는 이국적인 음식이나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빠르게 공유하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 또한 매운맛 열풍, 힐링 문화 등 시시각각 변하는 외식 산업의 변화 속에도 트렌드를 선도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기성세대가 과거의 추억에서 컴포트 푸드의 본질을 찾는 반면, MZ세대는 현재와 미래에서 이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배달음식이 일상화된 시대에 MZ세대에게 컴포트 푸드는 손가락 터치 하나로 주문할 수 있는 배달음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네 재미있는 지적입니다. 결과적으로 컴포트 푸드로서 편안함을 느끼는 영역은 개인마다 다르겠는데요. 결국 컴포트 푸드(comfort food)의 진정한 의미는 각자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는 음식입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느라 방전된 우리의 마음을 달래고 충전시켜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컴포트 푸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혜인 PD: 네 오늘 컬처 IN에서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컴포트 푸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