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숙면 부족하면…70대 때 치매 위험 30% 높아
woman lying in bed, suffering from insomnia Source: Getty / Wodicka/ullstein bild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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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수면 부족을 겪으면 70대에 치매 위험이 30%나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면의 질과 양이 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중년 이후 숙면이 치매 예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Key Points
- 최근 연구… ’50대에 수면 부족하면, 70대 때 치매 위험 30% 커진다’
- 밤을 꼬박 새운 다음날은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타우(tau) 단백질이 17% 증가
- 호주인 4명 중 1명이 자신의 수면에 만족 못해…생활비 위기가 원인 제공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를 전합니다. 건강 IN은 건강 insight, 한자어 사람 ‘인(人)’을 써서 ‘건강한 사람’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건강 IN에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정보와 건강 상식을 통해 일상에서의 우리 몸 관리법과 건강해지는 습관과 건강한 먹거리 등 지혜로운 건강 생활을 위한 정보들을 전해드립니다.
나혜인 PD: 일상생활 속의 건강한 습관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합니다. 건강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유화정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죠. 잠을 잘 자는 건 우리 건강에 정말 중요한데,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몸도 개운하지 않죠. 특히 여성분들은 피부 빛에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요즘 성인에게 권장되는 적정 수면 시간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과거에는 8시간 수면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인에게 적정한 수면 시간은 7시간 전후로 줄어들었습니다.
나혜인 PD: 이유가 뭘까요?
유화정 PD: 성인 적정 수면 시간이 줄어든 이유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개선된 생활습관과 건강 관리를 꼽을 수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사람들이 건강을 더 잘 관리하고, 수면 환경도 개선되어 적은 시간으로도 더 깊고 효율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과학적 연구 보고의 영향도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최신 연구에서 성인에게 7시간 정도의 수면이 건강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권장 수면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와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바빠지면서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경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이기 때문에, 얼마나 깊은 잠을 자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호주인 4명 중 1명이 자신의 수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수면 권장시간 보다 더 적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Engraving illustration of woman in a deep sleep with the help of Medication. Source: Getty / Getty/Digital Vision Vectors
유화정 PD: 네 그렇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 공중 보건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호주인 4명 중 1명이 자신의 수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2살 젊은이 1200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 빨리 잠에 드는지의 여부, 수면에 대한 만족도, 규칙성 등의 여러 요소들을 기반으로 수면의 질을 조사했는데요.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30%가 권장되는 수면시간보다 (7~9시간) 더 적은 시간 잠을 잔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18%는 잠들기까지 30분 이상이 걸린다고 응답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연구에서는 모든 연령대의 호주인 3명 중 1명이 생활비 위기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사람들이 수면 부족을 겪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수면 시간’과 ‘숙면 시간’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둘 다 중요한 개념이지만 의미는 다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수면 시간은 잠자는 총시간입니다. 잠에 들어서 깨어날 때까지의 시간, 즉 침대에 누워 잠든 전체 시간을 말합니다.
숙면 시간은 전체 수면 시간 중 실제로 깊은 잠에 든 시간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수면 시간 동안 일어나는 각성 즉 잠시 뒤척이며 깨는 순간이나 얕은 수면 단계를 제외한 깊은 수면 시간입니다. 숙면 시간은 따라서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 몸은 깊은 수면 상태에서 몸과 뇌가 가장 잘 회복됩니다.
나혜인 PD: 총 수면 시간이 길다 해도 숙면 시간이 짧다면, 우리 몸과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거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수면 시간이 길어도 숙면 시간이 짧으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잠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합니다. 잠을 오래 잔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고, 깊은 잠을 얼마나 자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불면증이 치매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추측은 되는데, 근거 있는 얘기일까요?
유화정 PD: 네, 실제로 숙면과 기억력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러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이 건강한 50대 성인 8천 명을 숙면 시간이 7시간 이상인 그룹과 7시간 이하인 그룹으로 나눠서 20년 동안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들이 70대가 됐을 때 치매 여부를 조사했더니 50대부터 숙면 시간이 7시간에 못 미쳤던 사람들은 70대에 이르러 치매 위험이 30%나 더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Senior couple sleeping Credit: Nastasic/Getty Images
나혜인 PD: 생각보다 차이가 크네요. 수면 부족이 실제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큰 거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이외에도 수면 부족은 치매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알츠하이머 치매와 연관이 있는 뇌신경세포의 특정 단백질이 급증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도 그중 하나입니다.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신경과)이 평소 하루 7~9시간을 자는 남성 15명(평균 22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대상자들은 밤을 꼬박 새운 다음날은 치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타우(tau) 단백질이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평소처럼 정상 수면을 한 다음날에는 타우 단백질이 2%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잠을 못 잤을 때 타우 단백질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신경세포의 활동량이 늘어날수록 타우 단백질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나혜인 PD: 결국,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가 계속 과도하게 움직이면서 타우 단백질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치매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거네요.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인 7시간을 꼭 지켜야겠습니다.
유화정 PD: 우리가 숙면을 취할 때 뇌는 낮 동안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합니다. 그래서 깊은 잠을 자는 것이 기억력 유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뇌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영양제를 섭취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기 쉽기 때문에 건강한 수명을 유지하려면 식이, 운동과 함께 수면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혜인 PD: ‘4당 5 락’이라는 말이 있죠. ‘4시간 자고 공부하면 시험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으로 입시 경쟁이 치열했던 1970년대에 등장한 신조어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 말이 오류라는 것이 과학으로 입증됐다면서요? 무슨 얘긴가요?
유화정 PD: 한국과 정도는 다르지만 미국 청소년도 숙제와 공부, 방과 후 활동, 스포츠, 대입 준비로 늦게 자고 일찍 등교합니다. 시애틀에서는 2017학년도부터 등교 시간을 오전 7시 50분에서 오전 8시 45분으로 늦췄습니다. 이유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자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조정한 것인데요.
학생들은 등교시간이 늦춰지자 평균 34분을 더 자게 되면서 총 수면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성적은 이전보다 향상됐고 지각 및 결석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나혜인 PD: 흥미롭네요. 잠을 충분히 잔 아이일수록 신체 발달은 물로 학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도 좋아진다는 결과도 있죠. 수면의 중요성을 재차 깨닫게 되는데요. 과거에 비해 수면의 양과 질이 모두 줄어버린 현대 생활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건강한 잠을 이룰 수 있을까요?
High angle view of woman lying in bed, suffering from insomnia and using smart phone Source: Getty / blackCAT
유화정 PD: 먼저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몸의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요. 주말에도 과도한 수면 보충보다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기 전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데, 이들 기기의 청색광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잠들기 전에 따뜻한 차나 스트레칭 같은 이완 활동을 해주는 것이 숙면을 이끄는데 도움이 되고요.
불면증 기미가 있으면 낮잠을 자지 말고 야식 금지, 미지근한 물 샤워, 명상 등을 통해 잠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나혜인 PD: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은 현대인에게 더욱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시간 건강 IN, 오늘은 수면부족과 치매 위험의 연관성에 대해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