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이 기분을 풀어주는 과학적 이유…왜 욕하면 속이 시원할까?

Posted by

The sculpture Narcissus Shouting, Echo Shouting by Tasmanian artist Hugh McLachlan.

The sculpture Narcissus Shouting, Echo Shouting by Tasmanian artist Hugh McLachlan. Source: AAP

Get the SBS Audio app


욕설을 하면 왜 시원한 느낌이 들까요? 우리가 장난으로 욕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욕을 할 때 실제로 뇌와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일까요? 욕설의 과학에 대해 알아봅니다.


Key Points
  • 우리는 왜 욕을 할까…인간을 ‘호모 욕프쿠스’ 즉 ‘욕을 하는 인간’이라고 규정하기도
  • 욕설은 특정 공동체 언어 집단 사회 안에서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통용되는 문화적 현상
  • 욕설은 감정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긴장을 해소하려는 뇌와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
  • 시원한 느낌은 잠시…장기적으로는 욕설이 신체와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 번쯤 발가락을 어딘가에 찧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 순간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입에서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또는 교통 체증에 갇혀 차 안에서 꼼짝도 할 수 없을 때, 중요한 문서를 마감 시간 직전에 실수로 삭제했을 때, 갑자기 스마트폰이 손에서 떨어져 화면이 깨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내뱉는 욕설은 순간적인 감정의 해소를 가져다줍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런 순간에 욕설을 통해 기분을 풀게 되는 걸까요?

Advertisement

욕설이 주는 즉각적인 만족감과 그 뒤에 숨겨진 과학에 대해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욕설이 기분을 풀어주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요. 굉장히 궁금한데요. 우선 욕설에 대한 사전적 의미부터 짚어볼까요?

유화정 PD: 한국어 사전에서 욕설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는 거친 말이나 저속한 표현’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주로 분노 불만 적개심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며, 타인에게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나 표현을 가리킵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경우입니다. 즉 순간 화가 났을 때 혼자 감탄조로 하는 말이죠. 또는 죽마고우와 같아 아주 막역한 친구 사이에서 말이나 글을 쓸 때 추임새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나혜인 PD: 한국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욕설은 시옷 혹은 쌍시옷으로 시작되는 단어 아닐까요?

유화정 PD: 그렇죠. 요즘에는 센스 있게 ‘시베리아’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도 합니다. 한국어권을 대표하는 욕이지만,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마법의 한국어입니다.

영국의 욕설 문화 전문가이자 인공 지능 및 로봇 공학 분야 과학자인 에마 번 박사는 저서 ‘욕은 이롭다( Swearing is good for you)’에서 “욕설은 정의 내리기 참 애매한 분야”라고 했는데요. 우리는 충격에 빠지거나 매우 놀라울 때, 혹은 뭔가 흥미로울 때 욕을 합니다. 욕설을 내뱉는 순간 특정 단어들이 새로운 결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듯한 그 느낌으로 말이죠.

나혜인 PD: 또 너무 기쁠 때마저 욕을 내뱉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욕이라기보다 감탄의 탄성이죠.

유화정 PD: 욕설은 특정 공동체, 언어 집단, 사회, 국가 또는 종교 안에서 공동의 이해가 있어야 통용되는 문화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에마 번 박사는 “우리는 사회적 합의로 욕설이 무엇인지 정하는데, 이 같은 합의는 특정 문화에서 금기시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며, “신체 일부, 동물의 이름, 질병의 이름, 특정 신체 기능 등 문화권마다 각기 다른 요소에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욕의 소재는 그 문화권이 금기시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Office confrontation

Instead of shouting, try agreeing with the other person first. Source: Getty, iStockphoto / iStockphoto/Getty Images

나혜인 PD: 해외여행 시 종종 손가락 사용을 잘못해 곤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죠. 요즘 여행 사이트에는 “해외여행 가기 전, 국가별 ‘손가락 욕’ 정도는 알아두세요!” 라고 미리 주의 사항을 알려주기도 하던데요. 나라별로 욕설 문화 차이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스페인어로는 매우 창의적으로 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에선 상대가 정말로 화가 났다면 주어와 동사 목적어가 다 들어간 완전한 문장을 듣게 되는데 물론 전부 욕으로 구성이 된 문장입니다.

욕을 할 때 가장 적합한 언어는 러시아어라는 평이 있습니다. 러시아어는 모욕적인 단어가 아주 많아서 거의 모든 말이 모욕적일 수 있다는데요. 러시아의 욕 문화는 러시아 문학에도 깊이 담겨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욕을 먹는 상대가 대대손손 조상으로 올라갑니다. 북경어에는 18대 위 조상에게까지 나쁜 짓을 한다는 뜻의 흥미로운 욕설이 있는데 상대방에게 ‘당신의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 등 모두 18세대 위까지의 모든 조상에게 이렇게 저렇게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나혜인 PD: 욕설의 내용은 문화권별로 다를지언정, 욕설이 인간 문화에 공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인간을 ‘호모 욕프쿠스’ 즉 ‘욕을 하는 인간’이라고 규정하기도 합니다. 인간이라면 욕을 안 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욕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욕설과 막말은 사회적 금기이기도 합니다. 욕설을 내뱉는다는 의미는 금기를 깨는 것과 같은 것이죠.

나혜인 PD: 오늘 우리가 알아볼 내용은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욕설과는 달리,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오고 그러면서 순간적을 인 감정해소를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인데, 욕을 하고 나면 왜 기분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까요?

유화정 PD: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욕설이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은 스트레스와 감정을 빠르게 표출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감정을 즉각적으로 처리하고 해소하려는 신체의 생리적 메커니즘의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욕설은 강렬한 감정을 즉시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욕을 할 때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반응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감소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일시적인 안도감이 생기고, 기분이 나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욕설을 통해 기분이 시원해지는 느낌은 감정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긴장을 해소하려는 뇌와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에서 비롯됩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욕설이 신체와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나혜인 PD: 우리 뇌는 욕설과 같은 특정 언어와 굉장히 강력한 감정적 고리를 형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앞서 언급된 에마 번 박사는 연구 과정에서 알게 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으로 뇌의 한쪽 반구 (왼쪽 또는 오른쪽)를 제거하는 수술 후 언어 능력을 거의 상실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욕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나혜인 PD: 언어 능력을 잃어도 욕은 할 수 있다는 거네요?

argument loud discussion conflict bad nagging relationship arguing communication blocking megaphone annoyed upset yelling screaming fighting talking break up blame rude behavior conversation disagreement frustration attitude table furniture chair sharing

Credit: pxhere.com/ mohamed hassan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이는 욕설이 뇌의 특정 부분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에마 번 박사는 “욕설은 감정과 매우 굳건히 연결돼 있어서 욕을 내뱉을 때 쓰이는 근육의 움직임은 뇌의 여러 곳에 저장된다”며 뇌의 여러 부분에 저장된 정보가 “필요할 때 ‘backup’으로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뇌의 특정 부분을 제거해 사람의 언어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음에도 즉흥적으로 욕설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좀 섬뜩하네요. 욕설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유화정 PD: 욕설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드리면, ‘본능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는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중요한 부위로 편도체와 해마 등이 포함됩니다.

욕설을 하면 이 변연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해마가 지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감정 호르몬 조절이 어려워지고 불안이나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질 수 있으며 감정 제어가 어려워져 충동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장난스러운 의도로 사용된 욕설도 뇌는 이를 스트레스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요. 반복적인 욕설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충동적 행동과 정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최근 언어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언어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에게도 뇌에 영향을 미칠까요?

유화정 PD: 욕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언어폭력을 당하는 사람도 뇌에 부정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언어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뇌의 뇌량 전두엽 해마가 위축되며, 이로 인해 불안 우울증 소외감 같은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하버드 의대의 마틴 타이커 교수팀이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겪은 성인 63명의 뇌를 조사한 결과,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뇌량 전두엽 해마의 위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연구팀이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경험한 7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우울증 소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oman covering face with hands while lying on bed at home

The support systems to help victims of domestic violence are at breaking point Credit: Cavan Images/Getty Images/Cavan Images RF

나혜인 PD: “아플 때 욕을 하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이는 신빙성이 있나요?

유화정 PD: 2009년 영국 킬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대학생 64명을 대상으로 손을 얼음물에 담그게 하고 욕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고통을 비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욕을 한 학생들이 차가운 물에 손을 40초 더 오래 담글 수 있었고 고통의 정도도 덜 느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심장박동을 측정한 결과, 욕을 할 때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이로 인해 공격성이 증가하며 고통을 덜 느끼게 되는 것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욕설이 신체적 통증을 감소시키는 이유를 감정적 긴장을 해소시키고, 통증에 대한 감각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나혜인 PD: 욕설이 감정적 언어라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 되었군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욕설이 주는 즉각적인 만족감과 그 뒤에 숨겨진 과학적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