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부모 도움 없이 첫 내 집 마련?…M세대에겐 “하늘의 별따기”

Posted by

 유닛 구입을 위해서는 이보다는 조금 짧은 시간인 3년 5개월이 필요합니다.

이는 호주에서 평균 연봉을 받는 커플이 2019년 5월부터 저축을 시작했다면 올해 내 집 마련을 꿈꿔 볼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과 같은 주요 도시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시드니에서 집값의 20%를 모으려면 평균적으로 6년 8개월이 걸리고 멜버른에서는 5년 5개월 동안 저축을 해야 합니다.

Australians face higher mortgage costs with another rate hike all but certain

Australians face higher mortgage costs with another rate hike all but certain Source: Getty / Getty Images

진행자: 호주의 은행 이자율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호주인의 저축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죠. 이러한 악순환이 생애 첫 내 집 마련의 꿈을 점점 더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고요.

유화정 PD: 사실 전 세계적으로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소유율은 윗세대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밀레니엄 세대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을 판단되는 40세의 주택 소유율은 60%로 X 세대와 베이비 부머 세대가 40세였을 때의 주택 소유율 각각 64%, 68% 보다 낮게 나타났습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학자금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최근에는 각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까지 겹쳐 첫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아득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경우 최근 1~2년 사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젊은 층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졌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유화정 PD: 미국에서 자녀의 주택 구입을 돕는 부모가 급증하는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렌트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집을 구입하면 가치가 올라 필요시 매매 차익이 기대되지만, 다달이 납부하는 렌트비는 낭비라는 생각으로 자녀를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 대학가 인근에서 자녀를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부모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대학가 인근은 임대 주택을 찾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렌트비 등 생활비가 살인적 수준으로,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투자 효과를 기대하는 부모들에 의한 부동산 구입이 많은 지역입니다.

미국 부동산 정보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침실 1개짜리 아파트의 평균 렌트비는 지난 10년간 무려 75%나 급등했는데, 특히 콜롬비아, 뉴욕 대학 등 명문 사립대가 위치한 뉴욕의 경우 한 학기당 주거비만 무려 1만 달러를 훌쩍 넘을 정도로 생활비 부담이 살인적입니다.

READ MORE

컬처 IN: “월세보다 저렴”…미 버클리대생 1년간 비행기 통학

진행자: 지난해 컬처 IN을 통해 소개됐던 내용이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대학원생이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주택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LA에서 매주 3회 비행기로 5시간씩 통학해 화제가 됐던 해외 토픽 보도가 떠올려지는데요. 감당하기 어려운 비싼 렌트비를 꼬박꼬박 내느니 차라리 아예 집을 사준다는 거네요. 그러면 호주의 경우는 어떤가요?

유화정 PD: 호주에서도 부모가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더 중추적인 재정적 역할을 맡는 분위기입니다. 투자 및 자문 그룹인 자든 오스트레일리아(Jarden Australia)에 따르면, 현재 대출자의 약 15%가 부모로부터 평균 9만 2,000달러를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든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석 경제분석가인 카를로스 카초는 “대다수가 첫 주택 구매자라고 가정하면,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약 75%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2010년 첫 주택 구매자의 6%가 ‘부모 은행’의 도움으로 평균 2만 3,500달러를 지원받았다는 분석과 비교하면 이러한 추세는 더 뚜렷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 표현으로 소위 ‘부모님 찬스’이군요?

유화정 PD: ‘뱅크 오브 맘 & 대드 (Bank of Mon & Dad)’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젊은 층 바이어, 즉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집값의 20%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down payment ) 부담입니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웬만한 다운페이먼트 금액으로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받기가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니다 보니 부모의 도움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젊은 층의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인데요.

부모들은 자녀의 모기지 대출 서류에 공동 대출인으로 서명하거나 다운페이먼트를 지원하기도 하고, 아예 집을 직접 사서 자녀 명의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들 부모들 중에는 자신이 살아온 집을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남는 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해서 집을 사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집마련을 위해 부모의 여윳돈에 의지하려는 자녀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Covid19 & Housing

Covid19 & Housing Source: SBS / SBS Tamil

진행자: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주거 비용과 생활비 등을 절약하기 위해 독립하지 않고 부모 집에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고 있죠?

유화정 PD: 독립했다가 경제적 부담에 못 이겨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오는 ‘리터루족’도 적지 않습니다.

진행자: ‘리터루족’은 리턴(return)과 캥거루족의 합성어군요?

유화정 PD: 사실 ‘캥거루족’ ‘리터루족’ 모두 한국에서 먼저 시작된 신조어인데요. 호주의 캥거루 족들에게는 부모의 집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저축액과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멜버른 관련 연구소에 따르면 20-30세 젊은 남성 중 3분의 1, 젊은 여성 중 5분의 1이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집에 그래니 플랫(granny flat)을 만들어 생활공간을 분류하는 선택도 늘고 있고요.

하지만 캥거루 족도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불가피한 젊은이들은 자력으로 계약금을 모을 또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하는데요.

일반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주식 투자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로열멜버른공대(RMIT)와 웨스턴시드니대의 합동 연구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주식 거래를 시작한 투자자 6명 중 1명은 25세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세계적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른바 ‘맥난민(맥도널드 + 난민)’이 등장하기도 했었죠. 음식값이 저렴하고 무료 와이파이(Wi-Fi), 냉방 시스템,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으니 최소한의 주거 요건이 됐던 것인데, 이로 인해 나온 것이 빈집 세였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빈집 세는 말 그대로 오랜 시간 비워둔 집에 매기는 세금을 의미하는데요.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일부 부동산 매매 업자가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새 아파트를 팔지 않고 버티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한 홍콩 정부의 궁여지책이었습니다.

호주에서도 같은 맥락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 약 10만 채의 주택이 장기 주거용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NSW 주정부 모델링에 따르면, 15,000채의 주택이 일 년 내내 비어 있고, 45,000채는 휴가용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33,000채 이상은 스테이즈(Stayz)와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플랫폼에서 단기 임대 숙소로 등록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NSW주정부는 부동산 소유주가 장기 임대를 위해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고려중으로 여기에는 빈 주택 세금, 부과금, 단기 임대 연간 상한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갈수록 멀어져 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 꿈, 무엇이 문제인지 심도 있게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