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호주 아이콘 ‘코알라’의 비밀…독성 강한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 이유

Posted by

koala's habitat at risk

유칼립투스 잎의 질긴 섬유질 소화를 위해 평균 20~22시간 잠을 자는 코알라 Source: Getty / Getty Images/Lianne B Loach

Get the SBS Audio app


호주의 상징 코알라는 2019년 6개월간 이어진 대형산불로 개체수가 30% 줄면서 멸종위기보호종으로 분류됐다. 독성 강한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 코알라의 생태적 적응과 진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KEY POINTS
  • 독성 강한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 코알라…특정효소 분해하는 유전자 덕분
  • 질긴 섬유질 소화 위해 22시간 잠을 자고 소화기관 발달로 뇌 크기는 줄어
  • 2019년 6개월간 호주 전역서 이어진 대형 산불로 코알라 개체수 30% 줄어
  • 호주 정부, 코알라를 멸종 위기 보호종으로 분류하고 서식지 보호에 전력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캥거루와 함께 귀여운 외모의 코알라는 호주 대륙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코알라는 현재 전 세계에 5만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데다 야생에서는 오로지 호주에만 있기에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코알라의 주식이 유칼립투스 잎인 것은 다들 아실 텐데요. 유칼립투스 잎은 독소 성분을 가지고 있어 일반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순하고 연약해 보이는 코알라가 독성 강한 유칼립투스를 먹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몰랐던 코알라의 이모저모 컬처 IN에서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호주의 숲과 길에서 보이는 키 큰 나무는 전부 유칼립투스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호주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나무인데요. 이 유칼립투스에 자는 듯 매달려 있는 코알라는 캥거루와 함께 호주 대륙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코알라는 캥거루와 함께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 생태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코알라의 외모는 아기곰의 얼굴과 원숭이의 몸통을 합친 듯한 귀여운 외관으로, 북실북실하고 보드라운 털과 작은 체구 덕분에 ‘살아 있는 테디베어’라고 불리며 특히 전 세계 어린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 캥거루는 주머니를 가진 대표 유대 동물로 새끼를 배 주머니에 넣고 다니죠. 그런데 코알라 역시 유대 동물로 새끼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네 맞습니다. 코알라 역시 유대동물로 실제 캥거루와 대적할 만큼 지극 정성으로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캥거루의 아기 주머니는 배 앞쪽에 있는 데 반해 코알라의 아기 주머니는 어미의 엉덩이 쪽에 위치해 있는데요.

약 2센티미터 정도로 작게 태어난 아기 코알라를 엉덩이 쪽에 달린 아기 주머니에서 6개월, 그리고 업어서 6개월, 총 1년을 꼭 붙어서 돌봐줍니다. 작고 약하게 태어난 새끼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엄마 코알라의 모성애인 것이죠.

Rescued orphaned baby koals at Adelaide Koala Rescue.

Rescued orphaned baby koals at Adelaide Koala Rescue. Source: Getty

진행자: 코알라가 새끼 코알라를 등에 업은 모습은 사진 등을 통해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새끼 코알라를 부르는 호칭이 따로 있다고요?

유화정 PD: 호주인들은 어린 캥거루를 ‘조이(Joey)’라고 부르는 것처럼, 새끼 코알라도 ‘Joey’라는 애칭을 사용합니다. 어미 코알라는 이 작은 조이를 늘 등에 업고 다니며 보호하는데, 이 모습은 모성애와 가족의 소중함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덕분에 코알라는 특히 육아와 관련된 이미지, 상표, 광고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 코알라 케어(Koala Kare)가 그 대표적인 브랜드인데요. 공중화장실의 기저귀 교환용 접이식 간이 받침대도 이 회사에서 만들었습니다.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을 받고 청각을 되찾은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에게는 코알라 인형이 기념품으로 증정되는데, 인공와우 수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코클리어사가 바로 호주 회사이기 때문이죠.

Koala

After venturing out of the pouch, the Joey rides on its mother’s abdomen or back Source: Pixabay

진행자: 호주 동물원에 가면 관광객들을 위해 큰 나뭇가지를 하나 세우고 그 위에 코알라를 얹어두는데, 이 사람 저 사람 쓰다듬어도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잠만 자죠. 움직임이 거의 없어 굼뜬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의외로 민첩하다면서요?

유화정 PD: 코알라는 하루에 대략 20시간 정도는 잠을 자는데 보내고, 나머지 4시간은 먹는 시간이다 보니 땅으로 내려오는 경우는 없지만, 염분을 섭취하거나 물을 마시기 위해 나무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알라는 유칼립투스의 잎사귀만 먹는 단식성이 있습니다. 유칼립투스 숲에서 살며 한 나무에 매달려 나뭇잎만 모조리 뜯어먹다가 다 먹으면 다른 나무로 옮기는데, 이때 생각보다 재빠르게 땅 위를 달리거나, 하늘다람쥐나 원숭이처럼 점프해서 다른 나무로 옮겨가는 모습이 종종 관찰 카메라에 잡히곤 합니다.

진행자: 유칼립투스 잎은 날카롭게 톡 쏘는 독특한 향이 있다면서요? 이를 이용해 아로마 세라피 오일도 만들고 있는데, 유칼립투스 잎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나요?

유화정 PD: 유칼립투스 잎에는 기름샘이 분포해 있는데, 여기서 냄새가 강한 휘발성 물질이 다량으로 나오는 것이고요. 이 기름 성분은 이차 대사산물의 일종으로 보통 식물이 병해충이나 외부 공격을 막기 위해 쓰는 방어물질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많이 먹을 경우에는 독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 코알라와 몇몇 동물을 제외한 보통의 일반 동물들은 유칼립투스 잎을 먹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도 먹을 수 없습니다. 과거 호주 원주민들은 통증이 있거나 열이 나면 유칼립투스 잎을 으깨서 발랐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이 잎에 들어있는 성분은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코알라는 이 독성이 있는 유칼립투스 잎을 어떻게 주식으로 삼을 수 있는 건가요?

유화정 PD: 과학자들은 이러한 코알라의 독특한 식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코알라의 유전체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코알라에게는 낯선 화합물을 해독하는 특정 효소에 대한 유전자가 31개로 많았고 특히 대부분 간에서 높게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에 있는 여러 가지 2차 대사산물을 다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겁니다.

코알라는 또한 유칼립투스 잎을 먹기에 좋은 후각 유전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칼립투스 잎을 먹기 전에 특유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코에 갖다 대고 잎의 상태가 어떤지, 먹을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야말로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데 최적화된 동물이네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코알라 유칼립투스 잎만 먹는 게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네요?

유화정 PD: 순하고 연약한 코알라가 멸종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유칼립투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 위에서 천적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먹이 경쟁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유칼립투스 잎은 섬유질이 많아서 질긴 편인데, 코알라는 강한 턱으로 잎을 씹어서 삼킬 수 있지만, 먹은 뒤에는 소화를 위해 휴식을 취하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코알라는 소화기관이 발달했지만 그에 반해 두뇌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습니다.

Zucchero and Lisa HunAustralia, Kangaroo Island, Flinders Chase National Park, Koala.  t

Australia, Kangaroo Island, Flinders Chase National Park, Koala. Credit: De Agostini Editorial

진행자: ‘소화기관이 발달하면서 두뇌는 줄어드는 쪽으로 진화했다’ 흥미로운 학설이네요.

유화정 PD: 실제로 코알라의 뇌는 19 그램 정도인데, 포유동물 가운데 몸무게 대비 뇌의 무게가 가장 적게 나가는 동물입니다. 또 뇌가 두개골의 60%밖에 차지하지 않고, 대뇌피질의 주름이 거의 없어서 표면적도 작은 편입니다. 이는 한정된 먹이만을 먹는 습관 때문에 뇌의 크기가 작아졌고, 반대로 특정 먹이를 소화하기 위해 소화기관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뒷 받침합니다.

대부분의 초식동물의 경우 소장이 미처 소화하지 못한 영양분을 맹장에서 분해하고 흡수하는 특징이 있는데, 코알라는 맹장의 길이가 무려 2 미터에 달해 음식물이 맹장에 최대 100시간까지 머문다고 하네요.

진행자: 그런데, 코알라가 사람으로 치면 극단적인 편식을 하는 거잖습니까. 평생 한 가지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사는데, 영양적인 면에서 어떨까 싶네요?

유화정 PD: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유칼립투스 잎 속의 화합물이 코알라를 몽롱한 상태로 만들어서 그렇게도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의심해 왔는데요.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잎의 영양분이 적기 때문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칼립투스 잎은 수분은 풍부하지만, 영양분이 아주 적은 데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섬유질이 많아서 소화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코알라는 자연스럽게 늘 나무에 매달려 잠만 자는 아주 정적인 동물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특징을 갖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실제로 코알라가 전 세계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이 잔다는 통계가 있다고요?

유화정 PD: 코알라는 하루 평균 20시간에서 많게는 22시간까지 잠을 잡니다. 보통 수면 시간이 길다고 알려진 고양이가 하루 평균 16시간을 자는 것에 비하면 수면량이 정말 많은 것이죠. 그나마 코알라가 하루 2시간 정도 깨어있는 것은 먹이를 먹기 위한 것으로 주로 밤 시간을 이용해 먹이활동을 하고, 먹고 나면 소화 작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를 위해하기 위해 종일 잠을 자는데, 엄밀히 말하면 의식이 없는 상태로 휴식을 취하는 겁니다.

진행자: 2019년이었죠. 호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 중 하나로 기록된 호주 대형 산불로 코알라 개체 수가 30% 가까이 줄어드는 치명타를 안긴 바 있는데요.

유화정 PD: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아직 생생하실 텐데요. 산불 현장에서 코알라가 구조대원에게 물을 받아먹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당시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6개월간 뉴사우스웨일스, 빅토리아, 퀸즈랜드 등 여러 주에서 발생한 이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동식물이 피해를 입었는데, 특히 코알라는 6만 마리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에 서식하는 코알라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이대로라면 코알라는 2050년쯤 멸종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호주 정부는 코알라를 멸종위기보호종으로 분류했고, 서식지 보호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를 대륙을 상징하는 대표 아이콘에서 멸종위기동물로 분류된 코알라의 미처 몰랐던 이모저모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