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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트렌드 꿰뚫기: ‘할밍아웃’으로 확대된 할매니얼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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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트렌드 꿰뚫기: ‘할밍아웃’으로 확대된 할매니얼 열기

밀레니얼 세대가 할머니 세대의 트렌드를 추구하는 ‘할매니얼’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진행자: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궁금한 디제이, K트렌드 꿰뚫기 시작합니다.

궁금한 디제이 ‘궁디’ 전수진 리포터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주 어떤 소식을 준비 하셨죠?

전수진: 오늘은 지난 2월 소개를 해 드렸던 할매니얼 열풍이 현재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어 할매니얼 2탄을 준비해 봤습니다.

진행자: 최근 한국 트렌드를 보니 할매니얼 열풍이 식을 줄 모르더라고요. 먼저 할매니얼 뜻을 알려드려야할 것 같은데요.

저희가 지난 시간에 배웠지만, 할머니를 사투리로 표현한 할매와, 밀레이얼 세대의 합성어가 바로 ‘할매니얼’이죠?

전수진: 그렇습니다. 젊은 세대에 스며든 옛날 감성이나 상품 그리고 트렌드를 의미 하는데요. 1980~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할머니…

어떻게 보면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두 단어가 만났습니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 ‘할매니얼’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요. 이제 SNS에 검색만 하면 다수의 게시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 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할매니얼 제품이 인기가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도록 할게요.

먼저 그때 그 시절… 추억의 간식이죠. 약과의 인기가 식을 줄 모릅니다.

진행자: 약과라고 하면 어른들의 간식으로 여겨졌었는데…이제 이 간식을 MZ세대들이 즐기고 있군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이 약과의 인기는 식을 줄 몰라 약켓팅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까지 생겨 났습니다. (약과+티켓팅) 이란 뜻인데요. MZ세대들이 유명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 현상이 빚어 질 정도다 보니 유통업계 자체 약과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점 GS는 지난 8일 자체 약과 브랜드 ‘행운 약과’를 선보였는데요. 편의점 자체에서 약과 브랜드가 나온 것은 처음으로 관계자는 “약과가 트렌디한 간식으로 거듭나며 오픈런 현상까지 만들어 내는 등 고객 수요가 급증하는 대 따른 결정이다. 이번에 선보일 차별화 약과 상품이 가맹점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상품으로 자리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오픈런’이라고 하면 매장이 열리는 순간부터 바로 입장하는 것을 뜻하는데. 한때 명품 소비에 대해 소개를 해 드리면서 오픈런이란 단어를 사용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 약과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 오픈 전부터 줄을 서고 있다니 참 대단합니다. MZ세대의 약과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전수진: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넛 전문 브랜드 던킨은 같은 날 ‘달고나 츄이스티 약과’를 출시 했는데요. 던킨의 인기 상품인 츄이스키 도넛 모양으로 약과를 만들어 달고나 맛을 추가한 제품입니다. 관계자는 “대표적 할매니얼 간식으로 자리잡은 약과와 K-디저트 열풍을 일으킨 달고나를 재해석한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중순 CU가 한 인기 카페와 협업해 내 놓은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는 판매시작 5일 만에 준비 물량 10만개가 완판 됐습니다. 관계자는 “약과 음식을 찍어 인증하시거나 시식 후 후기를 작성하는 젊은 고객이 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물량이 소진됐다.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발주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기업도 움직이게 만드는 할매니얼 열풍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진행자: 할머니의 감성이 젊은 세대들에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매번 세대차이에 대한 소식만 전해 드린 것 같은데… 이 할매니얼 열풍으로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수진: 그렇습니다. 할매니얼에 이어 또 다른 신조어가 바로 할밍아웃 인데요. 할머니와 커밍아웃의 합성어 입니다. 이렇게 할매니얼, 할밍아웃의 열풍이 거세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디어의 역할인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씨를 두고 요즘 젊은 세대는 “윤여정처럼 우아하게 늙고 싶다” 라고 말하고, 윤여정 어록이 도는 것은 물론, 그의 매력에 스며든다는 의미로 ‘윤며들다’는 말까지 합니다. 방송을 통해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여유와 입담, 그리고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와 세련된 패션센스 등 여러 요소들을 동시에 보여 주면서 작용한 결과인거죠. 또 ‘와썹 K할매’, ‘나빌레라’, ‘밀라논나’ 등 시니어 세대들이 미디어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할머니의 감성은 2030 세대들과의 거리감을 좁혔습니다.

진행자: 인터넷을 보면 나이가 지긋이 든 어르신들이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거나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기관리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젊은 세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수진: 그렇습니다. 그래서 패션 업계에서도 할매니얼 열풍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요. MZ 소비자가 일면 ‘할미룩’을 찾으면서 이들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편집숍이나 SAP 브랜드에세 매출 상승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한 패션 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1~3월 꽃무늬 롱스커트가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작년 동기 대비 약 270% 증가 했다고 밝혔는데요. 가디컨 판매량도 164%나 상승했습니다.

진행자: 젊은 세대들은 꽃무늬 치마라고 하면 아주 촌스럽다고 생각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어떤 한가지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 그 효과는 대단 해 지는 것 같습니다.

전수진: 그렇습니다. 명품시장에서도 할매니얼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주름으로 이뤄져 시니어들이 찾았던 일본 의류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5월 신제품이 뜨자마자 구매자가 한꺼번에 몰려 구매가 시작 된지 5분만에 인기 상품은 대부분 품절됐습니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구매전쟁’이 치열했는데요. 바지 하나에 20만~120만원, 재킷 하나에 38만~25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제품이지만 이 브랜드 옷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옷은 주름으로 이뤄져 쉽게 늘어나는 헐렁한 티셔츠, 몸빼 바지를 연상시키는 통 넓은 고무줄 팬츠, 몸 선을 가리는 긴 기장의 치마와 루즈한 원피스가 특징인데요. 이 옷은 어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라서 저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옷인데..현재는 쉽게 구할 수도 없는 옷이 되어버렸습니다.

진행자: 펑퍼짐한 옷은 보통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매를 감추기 위해 입는 옷이었잖아요. MZ세대 하면 타이트하고 내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을 것 같았는데..이 또한 할매니얼 열풍으로 변화하고 있군요.

전수진: 뿐만 아니라 ‘할미룩’이 사랑을 받으면서 광고 업계도 달라졌죠. 20대들이 찾는 한 쇼핑몰의 모델로 윤여정씨가 등장한 것에 이어 맥주광고, 금융광고 등 다양한 CF에 출연했고요. 2030 여배우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화장품 광고에 강부자씨가 메인 모델 자리를 꿰찼습니다. MZ세대들에게 간편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 모델로는 나문희씨가 모델로 뽑혔습니다.

진행자: 소위 ‘꼰대’로 불리던 시니어 세대들이 2030 세대의 일상에 스며들게 됐군요. 그런데 말씀 하셨듯이 할매니얼 열풍을 이끈 이유 중 하나가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하셨는데..그 외에 할매니얼이 이렇게 까지 사랑 받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전수진: 할매니얼 열풍은 몇 년 전부터 유행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뉴트로 열풍의 연장선이라고 생각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첨단 문명의 세례가 강력할수록 피로감이 덩달아 높아졌죠. 그래서 자신의 개성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또 ‘불황엔 복고가 뜬다.’는 말을 이번 할매니얼 열풍에도 적용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 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유행을 따르기 보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데 그 대상이 옛 것이 된 것이다.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밀레니얼이 마음의 안정을 구하기 위해 옛 것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싶은 심리가 강해졌고, 따뜻함. 포근함.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할머니의 감성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라고 말 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윗 세대를 ‘꼰대’라고 표현하는 젊은 층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의 시니어층에 대한 호감은 꼰대 문화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내 가치관과 내 생각만 옳다고 믿는 어른보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이 등장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받아 들이는 어른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소식 고맙습니다.

전수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