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환갑 맞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 ‘K-라면’ 글로벌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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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IN: 환갑 맞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 ‘K-라면’ 글로벌 전성시대

한국인의 소울 푸드 라면이 올해 환갑을 맞았다. 글로벌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 수출 시장에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K-라면의 60년 도전사를 짚어본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 라면이 연간 해외 판매 2조 원 시대를 열어젖히며 K-푸드 해외 진격의 선봉장으로 나섰습니다.

1963년 첫선을 보인 한국 라면이 올해로 환갑을 맞았습니다. 글로벌 한류 바람을 타고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K-라면의 60년 도전사를 짚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라면이 올해로 탄생 60년이 된다고요. 사람의 나이로 치면 환갑인데 믿기지 않습니다. 먼저 라면의 연대기부터 살펴보죠.

유화정 PD: 라면이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입니다. 당시 두 해에 걸친 대흉년으로 쌀이 부족해 지자 정부는 분식 장려 정책을 펼쳤고, 정부의 권유로 삼양식품이 일본에서 기계를 도입해 선보인 것이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이었습니다. 삼양라면은 닭이 그려진 포장에서도 알 수 있듯 닭고기 국물 맛 라면이었습니다.

2년 뒤인 1965년에는 롯데공업주식회사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도가니탕 맛의 ‘롯데 라면’을 출시하면서 국내 라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데요. ‘바늘 가는데 실 가듯, 김치 깍두기에는 롯데라면’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라면이 식사 대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60년대 광고는 카피라기보다 거의 표어 수준인데요? 그 유명한 코미디언 구봉서 · 곽규석 씨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는 언제 나왔죠?

유화정 PD: 1975년 롯데라면이 소고기 국물맛을 강조한 신제품 농심라면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나온 카피인데요. 밤새 볏단을 옮겨놓는 형제간의 우애를 그린 우리 고전설화를 라면 표지 그림으로 사용하면서 이를 현대식 광고로 표현한 것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였습니다.

이 광고가 얼마나 유명했냐면 동명의 영화까지 나올 정도였는데요. 농심라면 광고는 당시만 해도 가족 간 정이 살아 있었고 라면 한 그릇을 놓고 서로 양보할 수밖에 없는 조금은 어려웠던 시대상을 잘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1980년대는 이른바 라면의 황금기로 불렸는데요. 지금까지도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너구리, 육개장 사발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 팔도 비빔면, 오뚜기 진라면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특히 짜파게티와 팔도비빔면은 라면은 국물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깨는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한국인에게 라면 하면 친근한 서민 식품의 대표 이미지로 떠올려지는데, 서민 식품의 대명사로 불린 것은 저렴한 가격이 주요 이유죠. 최초 라면 가격은 얼마였을까요?

유화정 PD: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중량 100g이었던 최초의 삼양라면의 가격은 10원이었습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이 25원 정도였으니 이에 비해 아주 저렴한 가격이었죠.

한동안 유지되던 가격은 7년 만인 1970년에 소맥분과 우지(쇠기름) 가격 인상으로 20원으로 인상됐는데, 이때 내용량도 120g으로 증가됐습니다. 이후 1978년에는 50원으로, 1981년에는 1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진행자: 1980년대만 해도 100원이면 당시 서민들의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거네요.

유화정 PD: 라면은 100g당 약 430kcal의 열량을 내고 탄수화물 65g, 단백질 9g, 지방 14g 정도가 함유되어 있어 한 끼 식사에서 공급되어야 할 영양을 대부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이미지 때문일까요, 라면은 물가 안정화 정책의 대표 품목이 되어 왔습니다. 60년이 지난 현재 삼양라면 가격은 768원으로 버스 기본요금 1200원(카드 이용 시)보다 432원 저렴합니다.

라면은 서민 식품의 대표 이미지이자 한국인 특유의 도전 정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86 아시안게임에서 육상 중장거리 3관왕을 차지했던 임춘애 선수가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라는 우승 소감으로 온 국민을 짠하게 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진행자: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을 거치면서 세계 시장에 한국의 컵라면이 처음 알려졌고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계기가 됐죠. 미국 NBC방송에서 한국을 컵라면을 가리켜 ‘미국의 햄버거에 준하는 식품’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는데요.

유화정 PD: 88 올림픽 당시 외국인 방문객 및 외신 기자들의 큰 관심을 얻으며 하루 평균 23만 개씩 팔려나갈 정도였다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이 됩니다. 사실 앞서 1972년에도 ‘삼양 컵라면’이 출시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고 익숙지 않은 조리법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고요.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신라면 컵라면이 대형 항공사의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제공되면서 ‘하늘 위의 별찬’으로 각광을 받게 되는데요. 한국 특유의 매운맛으로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겁니다.

현재는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 항공을 비롯한 전 세계 20곳 이상의 주요 외국 항공사의 기내식 메뉴로 자리했고, 기내식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이용하는 공항 라운지에서도 신라면 컵라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Ramyeon

Ramyeon noodle. Source: Moment RF / Photo by Dylan Goldby at WelkinL/Getty Images

진행자: ‘한국에서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는 기치아래 한류 신화를 써가고 있는 신라면, 놀랍게도  무려 36년 전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 라면 수출 도전장을 내밀었다고요?

유화정 PD: 1987년 당시 농심은 라면 종주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가장 먼저 일본 진출을 결심했습니다. 동경,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리점을 통해 수출하던 농심은 2002년 판매법인인 ‘농심재팬’을 설립하며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는데요.

진출 초기에는 판매망을 확보하는데 주력을 기울였고 이후에는 시식 판촉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현지 전략은 주효해, 일본 진출 이후 매출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식품 기업들이 한국 제품을 베끼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 라면 종주국 일본이 한국 라면을 카피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유화정 PD: 일본의 라면 원조 기업인 닛신식품이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을 한글까지 담아 짝퉁 제품을 출시해 논란이 됐습니다. 높아진 한국 라면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데요.

국내 식품 업체들이 일본 제품을 따라 하거나 벤치마킹해 온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양상입니다. 일본의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첫 한국 라면을 출시한 1963년에서 60년이 지난 지금 한국 라면산업은 상전벽해입니다.

진행자: 앞서 1980년대가 라면의 황금기였다면 현재는 K라면 신 전성시대로 불릴 만큼 거침없는 영토 확장을 이뤄가고 있는데, 현재 한국의 라면 수출국은 몇 개 나라가 되나요?

유화정 PD: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라면 수출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3개국에 이릅니다. 이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의 74%에 해당합니다.

국내 라면업체들은 1970년대부터 해외시장을 두드려왔습니다. 초기엔 실적이 신통찮았지만, 수십 년간 집요하게 문을 두드려 지금의 결실을 이뤘습니다.

여기에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 콘텐츠를 통해 라면이 소개된 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진행자: K푸드의 해외 진격의 선봉장으로 나선 한국 라면이 연간 해외 판매 2조 원 시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올해 들어 ‘무역적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터진 잭팟이라 더 주목을 받고 있는데 4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고요?

유화정 PD: 지난 4월 한국경제신문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풀무원, 하림 등 라면 제조사 여섯 곳과 이들의 해외법인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해외 판매액은 총 2조 3288억 원으로 수출과 해외 생산분 판매를 합친 금액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라면이 한류 바람을 타자 해외 유력 유통업체가 국내 라면 업체에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요. 농심은 지난 3월 미국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의 600개 전 점에 ‘신라면’ 등을 입점시켰고, 삼양식품은 미국 코스트코 주요 매장에 ‘불닭볶음면’ 입점을 확정 지어 연내 560개 전 점에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라면은 이제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한 끼 식사이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라면이 세계 곳곳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K푸드’ 진격의 선봉장이 된 한국 라면의 60년 도전사를 되짚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