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될 찰스 3세 대관식은 전통적 관습을 깨고 영국사회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온 1300명의 로컬 영웅(local heroes)들과 함께 하는 국민 모두의 축전으로 치러진다.
오는 5월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찰스 3세의 대관식 계획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과 무엇이 같고 다를지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대관식은 전통적 관습을 깨고 영국사회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온 동네 영웅들(local heroes)과 함께 하는 국민 ‘모두의 축전’으로 치러집니다.
특히 이번 대관식에는 호주 출신 목수 장인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가 왕의 행렬에 투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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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소셜미디어 시대 첫 번째 대관식이기도 한데, 유튜브로로 생중계될 예정이라면서요?
유화정 PD: 이번 대관식은 언급하신 대로 소셜미디어 시대에 맞게 유튜브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첫 번째 대관식이 될 전망입니다. 1953년 TV로 처음 생중계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약 2500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영국 왕실은 지난 달 9일 소셜미디어 시대 첫 번째 대관식을 기념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이모티콘을 선보였는데요. 이날 공개된 이모티콘은 찰스 3세 국왕이 대관식에서 착용할 예정인 ‘성 에드워드 왕관’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대관식 공식 이모티콘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 (#) 대관식 (Coronation)등을 입력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대관식(Coronation)은 전제 군주(monarch)가 왕관을 쓰는 엄숙한 종교적 의례이지만 영국인들에게 대관식은 전 국민이 거리로 나와 축하하고 즐기는 영국 국민 ‘모두의 축전( Everyone Celebration)’이기도 하다고요.
유화정 PD: 영국 왕의 대관식은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 취임식처럼 일정 기간마다 있는 행사가 아닌 데다 1953년 엘리자 베스 2세 대관식을 기준으로 70년 만에 치르는, 영국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국가 행사입니다.
이날 영국 내의 거의 모든 마을들은 주요 거리를 막고 축제를 벌이는데, 집 앞에 피크닉 테이블을 들고 나와 맥주와 안주를 놓고 파티를 벌이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집 안에서 들고 나온 음식을 펼쳐놓고 즐기며 하루를 축제 속에 보냅니다.
이른바 대관식 길거리 파티 (Coronation Street Party)입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가톨릭 국가와 달리 축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영국인들은 이런 국가적 행사를 축제의 기회로 여기고 맘껏 즐깁니다
진행자: 찰스 3세 대관식은 기존 군주들의 전통 대관식에 비해 많이 축소되는 모습인데요. 대관식 시간도 기존의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고, 대관식 참석 인원도 대폭 줄였죠?
유화정 PD: 전통적으로 대관식은 주말이 아니라 주중에 치러졌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대관식은 화요일에 있었습니다. 이번 대관식은 국민들의 여러 가지 불편을 줄이기 위해 현지 시간으로 주말인 토요일(5월 6일) 11시에 거행되며 대관식 시간도 살인적인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축소됩니다.
영국의 물가가 너무 올라 ‘생활비 위기(cost-of-living crisis)’를 겪고 있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대관식 시간을 되도록이면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초청객 수도 엘리자 베스 2세 대관식(8251명)의 4분의 1에 불과한 2000여 명 수준입니다. 그러나 100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대관식의 형식을 줄이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관식에서 특히 주목되는 획기적인 변화는 찰스 3세가 자신의 대관식을 소위 지도층인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국민의 대관식(People’s Coronation)’ 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보이는데요.
유화정 PD: 이번 대관식에는 영국 사회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왔거나 봉사활동을 오래 해온 850명의 일반 국민들이 초대됩니다.
또 이번 대관식에는 세습 귀족 910명이 가장 좋은 자리에 앉는 대신 대영제국 훈장(BEM) 수여자 450명도 참석합니다. 이들 중 많은 숫자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희생하고 헌신한 의료진과 방역, 앰뷸런스 관련 종사자들입니다.
찰스 3세는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오늘의 영국이 있게 한 그들 즉 동네 영웅(local heroes) 들을 초대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대관식 초대 인원 2 천 명 중 절반이 넘는 1300명을 일반 국민들로 채우는 것 자체가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초유의 시도인데, 이 로컬 영웅들에는 십 대 소년들도 있다고요?
유화정 PD: 14살 맥스 울시는 2020년 3월부터 자기 집 정원에 텐트를 쳐놓고 동네 호스피스를 위한 모금을 해 지금까지 60만 파운드를 모금했습니다.
대관식에 초대받은 또 다른 15살 소년은 혈액암에 걸려 투병 중이면서도 코로나 봉쇄 중 식료품 바구니 300개를 만들어 주변의 어려운 가정배달도 하고 병원의 동료 환자들에게 성탄선물을 돌리는 등의 선행을 펼쳐왔습니다.
한 해안경찰은 모금을 위해 3000마일 대서양 횡단 항해를 한 뒤 전국 학교를 다니면서 플라스틱 공해를 환기시키고 해안쓰레기 청소 모금을 한 공로로, 한 요리사는 노인들을 위해 식사 대접과 요리 강습 등을 한 공으로 대관식에 초대받았습니다.
진행자: 과거의 모든 대관식 손님들은 전부 영국 내외의 주요 인사들이었다면, 이번 대관식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찰스 3세의 염원 대로 영국 국민 ‘모두의 축전( Everyone Celebration)‘이 되겠군요.
유화정 PD: 뿐만 아니라 왕실은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사원 경내에 있는 세인트마가렛교회에 초대받지 못한 청년 400여 명이 대관식을 시청할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설치할 예정인데요.
물론 이들도 뜻있는 사회 봉사 활동을 해온 젊은이들입니다. 웨스트민스터사원은 왕실 성당이지만 세인트마가렛교회는 일반인들을 위한 곳입니다.
진행자: 전통 대관식과 비교해 대관식의 화려함도 많이 줄어들 듯한데요. 그러나 대관식에서 영국 성공회 수장 캔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에게 씌워주는 444개의 보석이 박힌 왕관과 행렬에 사용되는 황금마차는 여전히 그 위용을 떨치게 되죠?
유화정 PD: 버킹엄궁이 밝힌 대관식 계획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스테이트 코치’ 마차를 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대관식이 끝나고 궁으로 돌아올 땐 전통에 따라 ‘골드 스테이트 코치’ 마차에 탑승하게 되는데, 1830년대 이후 모든 영국 군주가 대관식에서 사용했을 정도로 유서 깊으나 불편한 승차감으로 악명 높은 마차이기도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3년 열린 자신의 대관식을 회상하며 ‘골드 스테이트 코치’의 승차감이 “끔찍하고 매우 불편하다”고 묘사했고, 이보다 앞서 1831년 대관식을 치른 윌리엄 4세 또한 해당 마차를 타는 건 “거친 바다”에 떠 있는 배에 타는 느낌이라고 언급한 바 있을 정도입니다.
진행자: ‘다이아몬드 주빌리 스테이트 코치’는 왕실 소유 마차 중 가장 최신 차종인데, 의외로 영국이 아닌 호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해외에서 화제의 뉴스가 됐죠.
유화정 PD: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는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호주에서 제작됐고, 2014년 의회 개회식 여왕 연설 때 처음 사용되면서 일반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마차는 목수 짐 프레클링턴(73)이 디자인을 하고, 마차 제작 장인 50명이 10년에 걸쳐 만들었는데, 짐 프레클링턴은 영국 왕실 일을 도와 여왕 말을 돌보는 일을 책임지며 여왕의 어용 마차 제조를 돕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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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왕실 마차 대부분이 목재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다이아몬드 주빌리 스테이트 코치’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냉난방 장치도 설비된 최신형 마차라고요?
유화정 PD: 외견으로 보기엔 고풍스러운 스타일이지만 에어컨, 전동식 창문, 그리고 차체의 무게를 받쳐주는 장치인 유압식 서스펜션까지 고루 갖춰 마차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습니다.
마차 지붕의 금관은 영국의 국민 영웅 넬슨 제독이 기함으로 썼던 ’HMS 빅토리’호의 떡갈나무로 조각하고 그 위에 금박을 얇게 덧댔습니다.
‘메리 로즈’호와 같은 유명 선박의 목판과, 뉴턴의 사과나무 목재, 나이팅게일의 드레스 조각, 워털루 전쟁에서 사용된 납탄 등 영국과 영연방 역사를 상징하는 다양한 유물들이 장식에 사용됐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찰스 3세에게는 풀어야 할 많은 숙제 중 첫 번째가 자신과 왕실에 대한 우호적 여론 유지가 관건인데, 어떻게 내다볼 수 있을까요?
유화정 PD: 지난해 9월 여왕 승하 직후 실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3%가 ‘찰스 3세가 좋은 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여왕 카밀라에 대해서도 ‘여왕 역할을 잘할 것’이라는 여론이 53%였는데요.
단 올해 들어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왕실의 존재가 영국에 도움이 된다는 여론이 59%로 지난해 9월의 62%에 비해 다소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찰스 3세는 왕세자 책봉 이후 무려 53년을 기다려온 잘 준비된 국왕입니다. 더불어 영국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친근한 존재입니다.
국민과 왕실의 친밀감을 돈독히 하는 노력이 이번 ‘국민의 대관식’을 통해 잘 반영되리라 봅니다.
진행자: 오는 5월 6일 거행될 찰스 3세 대관식의 이모저모 살펴봤습니다